기획/카페를 말하다

내가 블루보틀을 좋아하지 않게 된 이유_악마의 기업에 넘어간 블루보틀

Coffee Explorer 2019. 7. 2. 01:14

블루보틀 한국 매장이 문을 연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블루보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시작은 네슬레입니다. 아마도 이런 서두의 글을 블루보틀과 네슬레가 싫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네슬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블루보틀은 네슬레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2017년 9월 네슬레는 블루보틀의 지분 68%를 약 4억 2500만달러(약 4800억원)에 사들입니다. 이 M&A는 커피 마니아들을 충격을 빠뜨렸는데요. 네슬레는 어린이 노동력 착취, 밀림 파괴, 실험용 분유 아프리카 공급 등 숱한 비난을 받아온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네슬레를 두고 '악마의 기업'으로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참고 :

 

블루보틀이 뭐길래… 인수한 네슬레가 '악마의 기업'?

대기업이 IT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 하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선 드물다. 유사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서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있었던 M&A 한 건은 커피 마니아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 최대 음료회사인 스위스 네슬레가 미국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 보틀’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네슬레는 블루보틀 지분 68%를 약 4억2500만달러(약 4800억원)에 사들였다. 블루보틀 매장은 미국과 일본

www.hankyung.com

 

블루보틀의 매력은 무엇일까?

저에게 블루보틀은 커피 자체(원두)의 품질에 대한 부분보다는, 다양한 면에서 균형을 갖춘 이미지의 브랜드였습니다. 설립 이야기를 비롯해서 상품군과 제품의 디자인, 온라인 구독 서비스와 홈페이지, 매장에서의 응대 태도, 일본에서의 런칭 전략과 몇몇 상징적 매장의 공간 인테리어 등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원두를 다루는 기술은 인텔리젠시아, 카운트 컬쳐, 스텀 타운 같은 브랜드들이 더 뛰어났지만, 블루보틀에 더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많은 투자로 이어진 것에는 이러한 사업적 균형이 중요한 이유였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루보틀이 한국에 들어온다면 직접 런칭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커피의 맛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뛰어난 커피 성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나 유통되는 모든 과정을 통해서 소비자가 경험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분명 블루보틀도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커피 브랜드 중 하나였던 것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블루보틀은 한국에 안착했는가?

1호점 개점일 새벽

2019년 5월 3일, 성수동에 블루보틀 한국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1호점에는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일일 1천명 이상의 손님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오픈 직후에는 방문 인원 대비 음료와 사이드 메뉴 외에도 MD 매출이 대단히 높았던 편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객단가는 조금 하락하며 안정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매장은 향후에는 신규 매장에 채용할 직원들의 트레이닝 및 로스팅의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저는 1호점의 인테리어는 일본에서의 초기 컨셉 매장에 비해 공을 덜 들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본에서 보여주었던 해당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려는 시도보다는, 성수동이라는 지역을 잘 담아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다만, 과거에 삼청동에 1호점을 만들려다 실패했던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2-3호점 중에는 좀 더 한국스러운 매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1호점 개점 이후 약 2개월만인 7월 5일, 블루보틀은 2호점을 연다고 합니다. 장소는 1호점 자리로 최초에 거론되던 삼청동이고 이미 언론을 통해서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건물의 설계는 일본 스케마타 아키텍트(Schemata Architects)의 조 나가사카(Jo Nagasaka)가 맡았습니다. 본관 옆에는 한옥을 리뉴얼한 별관이 준비된다고 합니다. 삼청동 매장은 성수동에 비해 아주 다른 컨셉의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찾아갈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3호점(강남N타워)을 개점할 계획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이번에는 지리적인 이유로 성수동이나 삼청동에 찾지 못했던 강남 생활권의 직장인들이 그 곳을 찾을테니, 적어도 블루보틀은 세번의 줄을 세우는 데에 성공할 것이고 이로 인해 충분히 매스컴의 집중을 받으며 3개 매장 모두를 성공시키며 한국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 커피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블루보틀의 장점은 고객 응대 시의 태도와 서비스가 아닐까 합니다. 이 부분은 기존의 한국 카페나 체인점의 가장 부족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서비스를 받아본 경험이 많지 않은 토대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은 서비스인지 잘 모르는 바리스타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서비스업 종사자가 손님을 왕처럼 여겨야 좋은 서비스인 것도 아닙니다.

 

한국의 블루보틀 매장을 방문했을 당시 직원에게 신입 직원 교육에 관해서 질문했었는데, 바리스타 기술은 물론 서비스와 브랜드에 대해서 약 1개월의 시간 동안 별도의 훈련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다른 개인 카페는 물론 커피 관련 기업조차도 정말 하기 힘든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블루보틀의 장점에 대해서는 한국의 카페나 바리스타들도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대중들에게 싱글 오리진 브루잉 커피를 자리 잡게 하는 것에 있어서 블루보틀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대부분의 카페에서 판매되는 메뉴는 아메리카노입니다. 블루보틀에서 판매되는 커피는 싱글 오리진 위주의 브루잉 커피의 비중도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한 매장에서 다양한 산지의 커피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를 상당히 준수한 수준의 맛으로 표현하고 또 지속가능한 구조로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의 카페는 많지 않은 편인데요. 강력한 브랜드의 힘이 대중에게 브루잉 커피 선택의 장벽을 쉽게 허물게 돕고 있고, 잘 기획된 매장 운영이 충분한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 경제지와 블루보틀 CEO의 인터뷰 내용으로 보면 블루보틀의 주 수익원은 전체 매출의 75% 정도가 발생하는 오프라인 매장입니다. 한국에서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런 비즈니스 구조는 유지될 것 같습니다. 부동산 업계의 소식에 의하면 블루보틀은 꽤 다양한 지역과 규모의 임대를 알아보고 있나봅니다.

 

한국은 원두 정기 배송과 캡슐 커피는 블루보틀 정도 규모의 회사가 바라보기에 아직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사업 영역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워낙 빠르게 변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몇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서 조심스럽게 해당 사업에도 손을 뻗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원두 공급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내용이 있지는 않습니다.

 

블루보틀은 한국 시장에 대한 특별한 목표와 전략을 완벽하게 설정하기 보다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 속에서 당분간 비즈니스를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네슬레의 블루보틀 인수 배경

블루보틀이 지금의 수준까지 성장하게 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사실 블루보틀은 재무적 계산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으로 네슬레에 인수되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그 배경에는 세계 커피 시장이 급변하는 흐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8년 전 세계의 커피 연 매출 규모는 대략 2조 3000억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시장을 나누어 가진 대자본은 네스카페, 네스프레소 등을 소유했으며 블루보틀을 인수한 네슬레가 대표적입니다. 다음으로는 JAB Holdings가 세계 커피 시장의 2, 3위 업체인 야콥 다우 에그버츠와 미국 몬델레즈 인터네셔널 커피는 물론, 큐리그 그린 마운틴과 피츠커피, 카리부 커피, 에스프레소 하우스, 크리스피크림도넛, 파네라 브레드(오봉팽), 닥터페퍼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코카콜라 역시 한발 늦기는 했지만, 2018년 8월 세계 2위의 매장 개수를 가진 영국의 코스타 커피를 39억파운드(약 5조 6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외에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브랜드는 이탈리아의 전통 강자인 일리와 라바짜, 미국의 던킨, 중국의 루이싱 커피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네슬레는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에서만 300억 달러를 투자하며 빠른 속도로 커피 산업에 영향력을 키우던 JAB Holdings와의 경쟁과 견제의 의미로 블루보틀을 인수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사실 네슬레는 미국 커피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할 정도인 데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영향력, 지루하고 대중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슬레에 있어서 2017년은 결정적인 시기였는데요. 세계 커피 시장의 점유율이 2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 가운데, 이를 위기 상황으로 보고 결단을 내리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네슬레는 블루보틀 뿐만 아니라 약 8조원(71억 5000만 달러)를 써서 스타벅스 브랜드를 단 커피와 차 제품에 대한 판매·유통 권리를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네슬레 입장에서는 떨어져가는 전체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로고를 넣어서 캡슐 커피를 전 세계로 유통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게된 것 입니다. 스타벅스 역시 막대한 현금과 함께 앞으로는 네슬레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스타벅스의 브랜드로 상품을 판매하면서 지속적인 로얄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해보는 사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로얄티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음)

 

참고 :

 

[글로벌 트렌드] 글로벌 M&A 무대서 가장 핫한 곳은?…IT아닌 `음료` - 매일경제

코카콜라, 코스타커피 인수 2500조원대 커피시장 진출 탄산음료·과일주스 지고 탄산수·무알콜맥주 부상 글로벌 음료시장 `지각변동`

www.mk.co.kr

 

네슬레는 왜 스타벅스 커피를 8조원에 샀을까 - 머니투데이 뉴스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가 최근 스타벅스에 8조원(71억5000만달러) 가까이 투자하기로 했다. 커피 매장이나 공장을 모두 사는 것이 아니고 스타벅스 브랜드를 단 커피와 차 ...

news.mt.co.kr

 

네슬레 손바닥 위의 블루보틀

2017 서울카페쇼를 통해서 저도 블루보틀의 CEO 브라이언 미한을 만났었는데요. 그는 기자들과 만남에서 블루보틀의 네슬레 매각에 대해 "네슬레가 우리의 커피를 인지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기업과는 달랐다”, “네슬레가 우리의 정체성을 온전히 지켜준다는 약속을 했고, 슈나이더의 노력에 매료당했다”고 말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돈의 문제였겠죠.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액수의 돈이라면 팔지 않기가 더 힘든 것일 테니 말입니다.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다른 회사에 매각했으면 좋을텐데"라는 얘기는 주제넘는 참견이겠죠.

 

"스위스의 네슬레 대표 외에는 블루보틀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블루보틀이 독립된 회사임을 강조합니다만, 사실 저는 이 말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물론 현재의 블루보틀은 내부에서도 네슬레와 무관한 조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CEO 자신도 그렇게 느낄 수 있겠죠. 그렇다고 하더라고 블루보틀의 최대 주주가 네슬레 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언제든 네슬레의 이익을 위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결정으로 보상을 얻을 주체, 주인은 네슬레입니다.

 

세계의 대자본이 바라보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아직까지는 회의적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일 스페셜티 커피로의 흐름이 아주 명확하다면 스타벅스가 전체 매장의 컨셉을 전환하거나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을 훨씬 공격적으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스타벅스의 경우에는 직영으로 운영하는 체제다 보니, 언제든 조금 변형된 브랜드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겁니다. 사업성이 보인다면 언제든 바로 전환할 수 있겠죠.

 

네슬레의 입장에서 블루보틀은 핵심적인 사업이 아닙니다. 전체 매출로 보면 네슬레에게 현재의 블루보틀은 잘 되면 좋고, 안돼도 별다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규모는 아닙니다. 스페셜티 커피가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돈이 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해서 인수한 것이죠.

 

생각보다 스페셜티 커피가 잘 되면 계속 블루보틀을 밀어갈 것이고, 적정한 시기에 캡슐에 블루보틀 로고를 넣어서 커머셜과 스페셜티 커피 사이의 간극을 공략할 것입니다. 혹시 스페셜티 커피가 시장에서 실패를 한다고 해도 네슬레 입장에서는 스타벅스 제품군이 있다보니 두려워할 것이 없죠.

 

어찌보면 블루보틀은 세계 커피 산업에서 가장 큰 기업 네슬레가, 자신이 두고 있는 장기 말판에서 가장 자유롭게 풀어둔 말 한 마리와 같습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블루보틀이 인수가 되기는 했지만, 자유롭다고 느끼게 만들면서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탁월한 전략이라는 것을 네슬레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블루보틀은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네슬레 손바닥 안이죠.

 

 

악마의 기업 네슬레?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티셔츠

"REMEMBER NESTLE is the DEVIL"

 

그런데 도대체 네슬레가 어떤 회사이길래 이런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가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을까요? 요즘 20-30대는 네슬레의 과거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더군요. 혹자는 "네슬레는 되게 좋은 일 하는 회사 아닌가요?"라고 제게 묻기도 했습니다.

 

https://listverse.com/2018/01/03/10-outrageous-nestle-scandals/

 

10 Outrageous Nestle Scandals

Nestle is the largest food company in the world. Therefore, it's understandable that a certain number of errors will happen and the occasional scandal will occur. However, the company has been implicated many times in unethical practices---like Nestle’s us

listverse.com

조금만 잘 검색을 해보면 이런 식의 제목이 있는 글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세계의 빈곤 문제를 다루는 교과서 격인 책,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도 네슬레의 케이스를 특별히 소개하는데요. '16장 기아를 악용하는 국제기업'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세계적인 식품회사인 스위스의 네슬레와 아옌데의 비극>

 

1970년 칠레의 인민전선은 101가지 행동강령을 발표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칠레가 처한 높은 유아사망률과 어린이 영양실조라는 문제를 놓고 본다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공약을 내건 아옌데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이 문제에 가장 곤란함을 느꼈던 것이 스위스의 다국적기업인 네슬레였다.

 

커피와 우유를 주품목으로 하는 네슬레에게 칠레 정부가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칠레에서의 성공사례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번져갈 경우에는 더욱 큰 골칫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아옌데가 내건 이 공약이 벽에 부딪힌 것은 칠레의 농장을 장악한 네슬레가 1971년 협력거부 방침을 결정하면서부터이다. 아옌데 정부는 네슬레에게 우유 구매를 요구하였으나, 이 요구는 거부당했다.

 

이때부터 아옌데는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 정부와 네슬레를 축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고립되고, 결국 CIA와 결탁한 군인들이 대통령궁을 습격하여 암살당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칠레의 어린이들은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었다.

출처http://www.hellodd.com/?md=news&mt=view&pid=46053

 

 

위의 이야기 외에도 1976년 개도국에서의 유아식 광고와 유아 사망률의 문제, 1998년 유니세프를 통해 폭로된 말리와 부르키나 파소의 아동 강제 노동 문제, 2007년 캐나타 초콜릿 가격 담합 문제, 2008년 중국산 우유에 들어간 독성물질 멜라닌 함유 문제, 2015년 태국의 해산물 산업에서 발생한 노동 및 인권 문제, 2016년 미시간주에서 연간 1억 3천만 갤론의 물을 퍼가면서 매년 200달러의 허용료만 내는 문제, 2017년 천연 광천수로 속이고 프리미엄 가격을 붙이고 판매했던 문제 등수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네슬레의 블루보틀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는 블루보틀을 가지 않겠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던 독립 로스터가 자본에 무너졌다’라는 글이 올라왔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겁니다.

 

참고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21484

http://www.ohmynews.com/NWS_Web/Articleview/article_print.aspx?cntn_cd=A0000934335

 

 

이런 외부의 시선을 잘 알았던 네슬레는 2006년부터 CSV라는 패러다임을 도입하게 됩니다. CSV는 기업의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 말하는 것으로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 하버드대 교수가 2011년 1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자본주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How to Fix Capitalism)’란 논문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됩니다.

 

[HBR 코리아] ‘이익+사회공헌’ 공유가치를 창출하라

 

hbrkorea.com

 

[Biz Trend]] 네슬레를 배워라 - 매일경제

아동노동착취·밀림파괴 오명, 2006년 CSV경영 전격 도입 ‘착한기업’으로 이미지 굳혀

www.mk.co.kr

그렇게 해서 불과 7년여 만에, 네슬레는 2013년 포천지 선정 세계 50대 존경받는 기업 ‘컨슈머 푸드 프로덕트(Consumer Food Products)’ 부문 1위에 선정되며 ‘착한 기업’으로 이미지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네슬레의 기나긴 과거를 아는 사람들은 이것을 진정한 변화라고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기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네슬레가 긴 시간 걸어온 길을 알기 때문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저는 블루보틀은 좋아했지만, 네슬레가 인수한 블루보틀은 더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블루보틀은 네슬레와 독립적인 회사라고 주장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블루보틀의 행보를 보면서 부러운 마음도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적어도 카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고객과의 상호 작용만큼은 역시나 배워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왕 한국에 진출한 김에 좋은 영향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현재의 네슬레는 너무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주고 있는 회사입니다. 네슬레 측에서 커피와 관련해서 정리하거나 발행한 책과 자료에서 도움을 받는 부분도 많습니다. 판단은 읽는 분 자신의 몫이리라 생각합니다. 자, 여러분은 네슬레, 그리고 블루보틀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적어도 하나는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블루보틀은 네슬레가 68% 지분을 소유한 회사입니다. 그리고 네슬레가 아쉽게도 그리 매력적인 회사는 아닙니다.

 

- 글/사진 : 커피익스플로러(Coffee Explorer)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