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카페를 말하다

편안한 카페 음향을 위한 7가지 조언

Coffee Explorer 2016. 10. 20. 01:34

출처 : https://goo.gl/ect9Ib

카페와 관련해서 '음향'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연상하는 것은 앰프와 스피커입니다. 음향을 좀 더 세분화해서 전기 음향과 건축(공간) 음향으로 분류하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더 익숙한 것은 아무래도 전기 음향입니다. 1년 여 전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음향'이 괜찮은 카페 공간에 대한 추천을 부탁드렸던 적이 있는데요. 그 때도 역시나 전기 음향에 투자를 많이한 카페에 대한 추천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음향이 괜찮은 상업 공간은 결국 한국에서 찾지 못했었는데요. 우연히 태국 치앙마이에 들렀다가 비교적 만족스러운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C.A.M.P AIS 라는 곳인데요. 알고 봤더니 치앙마이 디자인 어워드(2014)를 수상했던 곳이기도 하더군요. 번잡해보일 수 있지만 상세히 둘러보면서, 적어도 공간 음향에 대해서는 섬세히 배려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공간 음향에 투자하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


출처 : https://goo.gl/gRMCsj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서 전기 음향보다는 '공간(Acoustic)이 우선이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요. 적절한 구조와 흡음재를 갖춘 좋은 공간을 만들고 나면, 전기 음향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이면서도 전반적인 소리의 균형은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좋은 건축 음향을 갖춘 카페를 찾기 매우 힘든데요. 이런 현실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음향은 카페의 사업 초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업 초기에 카페는 대부분 조용한 편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소음'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카페가 성업을 이루게 되면 그 때는 대화 소리가 소음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미 사업이 어느 정도 원활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보니 굳이 돈을 들여서 소음을 개선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됩니다.


공간을 처음 만들 때는 물론 소음이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이를 해결할 의지가 카페 오너에게 없다 보니 음향, 특히 소음 부분에서 안락한 카페 공간을 찾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건축 음향에 대한 적은 수요는 시장에서의 가격을 낮추기 어려웠고, 일부에게 더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형태로 자리 잡는 것 같습니다.


<적절한 수요 - 비용이 내려옴 - 수요 증가 - 합리적 비용>


이러한 선순환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공간 음향이 나아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재생하는 것보다, 공간에서 적절히 사라지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 https://goo.gl/hKH8UL

사람들은 적절한 높낮이의 음원이 고르게, 혹은 특색있게 재생하는 것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래서 스펙이 좋은 앰프나 스피커를 매칭해서 설치하는 전기 음향에 대한 지식이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스피커가 내가 원하는 음색와 소리의 균형을 만들어낸다고 할지라도, 결국 소리는 공간 속에서 재생되고 반사되면서 공간감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래서 '잔향'을 잘 제어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저음이 유독 천천히 사라지는 특색을 가진 공간이라고 한다면, 앰프의 EQ 만을 조절해서 저음을 조금 줄이지만 여전히 적절한 존재감을 가진 상태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저음에서 과하게 부밍이 일어나거나 저음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야 할 때, 바른 해결책은 '공간'에서 답을 찾는 것입니다.




카페의 음향을 위한 7가지 조언


아래의 조언 중 많은 부분은 카페의 오너보다 인테리어 업체가 잘 알아야 하는 내용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국 인테리어에 있어서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의뢰인이기 때문에 카페 오너 역시 음향에 대해 적절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1. 공간의 흡음을 위한 추가 지불을 감수하라


출처 : https://goo.gl/mdcG4J

결국 인테리어 비용에 포함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오너에게 전기 음향과 건축 음향이 별개의 영역이라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인테리어 업체에 적절한 흡음을 강조해서 의뢰하시고 그에 따라 추가되는 어느 정도의 비용을 오너가 감수해야 합니다. 사실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2. 평행하는 벽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라


벽과 벽은, 천장과 바닥은 평행하기 마련입니다. 평행하는 공간을 줄인다는 의미는 그 사이에 특별한 구조나 장식을 어느 정도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좌석이나 테이블, 어떤 경우에는 바(Bar)나 화분, 천장에서 내려오는 장식 등 다양한 것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3. 평행하는 면이라면, 완전히 비우지는 마라


음향에서 가장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것은 평행하는 면인데요. 평행하는 면이 완전히 없는 상업 공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고,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평행하는 큰 면이 있다고 한다면, 벽을 아무런 장식없이 비우지 않는게 좋습니다. 흡음재로 어느 정도 채우던지, 흡음이 가능한 액자(유리가 없는)나 화분, 하다 못해 스탠드 조명과 같은 소품이라도 세우게 되면 어느 정도의 난반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한 쪽 면, 특히 바닥의 경우 카펫을 까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흡음이 되는데요. 모든 벽면을 완전히 흡음재로 뒤덮으면 소리가 과하게 흐릿해질 수 있으니, 흡음재로 떡칠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4. 3개의 면이 만나는 코너 부분은 흡음재를 사용하라


음향에서 두번째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것은 코너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3개의 면이 만나는 천장의 모서리 부분은 소리가 벽면에서 단 시간에 반복적으로 반사되면서 울림을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너를 위한 전용 흡음 제품도 있습니다만, 간단히 스티로폼을 잘라서 색상이 벽면과 어울리는 헝겊을 잘라 붙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5. 대형 창문의 반대 편은 입체적으로 구성하라


출처 : https://goo.gl/wQ4xlS

대형 창문 역시 음향에 있어서 피해야 할 것 중 하나인데요. 카페에서 창문은 채광과 환기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일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문의 반대 편 벽면을 책장과 같이 입체적인 면으로 만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6. 전기 음향의 설치 위치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라


출처 : https://goo.gl/SzUo7b

스피커는 설치 위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Hi-fi 설치처럼 소리가 이상적으로 들리는 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니죠. 오히려 다양한 자리에서 적절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스피커는 벽면에서 조금 앞으로 떨어져 나와있는 편이 저음을 과하게 뭉치지 않게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벽에서 옆으로도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적인 음향 장비가 아니라도 할지라도 음향의 설치 위치는 가급적 음향과 관련된 전문가에게 코칭을 받는 것이 현명합니다.



7. EQ 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의 음압, 균일한 크기의 음원을 선별하라


출처 : https://goo.gl/oM1TDP

어쩌면 카페 오너들이 시도해볼 수 있는 가장 쉬운 팁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리에서 EQ 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의 음압(크기)입니다. EQ 역시 개별적인 대역의 소리를 크기를 조절하는 것에 불과한데요. 볼륨이 큰 노래와 작은 노래가 반복해서 나온다면 이처럼 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없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도 곡 단위로 재생하기 보다는 앨범단위로 재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앨범에서는 적어도 어느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볼륨을 맞춰서 마스터링 되기 때문인데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재생 프로그램 자체적으로나 별도의 하드웨어를 통해서 소리가 과하게 작거나 큰 부분을 보정해주는 노멀라이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튠즈 PC 버전은 노멀라이저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노멀라이저는 어쩔 수 없이 음질을 어느 정도 떨어뜨릴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듣는 이의 귀를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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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아예 카페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한 마케팅에 최적화시키는, 소위 인스타그램 카페들이 있습니다. 어떤 곳은 지나치게 비주얼에 집중한 나머지 종합적인 안락함이 너무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적절한 불편함을 유도해서 빠르게 손님이 회전하게 만드는 것도 카페 운영에 필요한 전략 중 하나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관광지에 위치한 카페가 아니라면 재방문하는 손님의 중요성을 배제할 수있는 카페는 없을텐데요.


머무는 시간만큼은 적절한 서비스와 분위기, 음료 등 총체적인 만족을 얻고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면 중 하나로 음향, 특별히 소음에 대한 부분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영역입니다. 글의 서두에 설명했듯이 음향, 특히 소음 부분이 우수하게 관리되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이 한국 상업 공간의 한계이긴 합니다.


변화를 위해 우선 이러한 영역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야겠죠? 여러분의 관점에 조금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었기를 바라겠습니다.


- 사진/글 : 커피익스플로러 (Coffee Explorer)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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