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슈퍼마켓, 인스턴트 커피 대전의 승자는? 본문
6탄, 슈퍼마켓, 인스턴트 커피 대전의 승자는?
한국 사람들끼리 커피의 취향을 이야기하며 맥심과 초이스, 네스카페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는 걸까요? 인스턴트 커피에서도 맥심, 맥심에서도 모카골드냐 오리지널을 묻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자리에 새로운 제품들이 떠올랐네요.
브랜드 커피 전격해부 지난 편에는 스타벅스의 비아를 비롯한 다양한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인스턴트 커피를 다뤘는데요.
오늘은 편의점이나 집 주변 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인스턴트 몇 제품들을 모아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인스턴트 커피에서 여러 번의 흐름 변화가 있었는데요. 1세대 인스턴트 커피는 병에 들어 있던 인스턴트 커피 제품이라면, 2세대 인스턴트 커피는 봉지에 낱개 포장을 하면서 인스턴트 커피의 황금비가 정해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3세대의 인스턴트 커피는 다시 커스텀 오더가 가능하도록 비율을 조절할 수 있는 그 포장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면,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4세대 인스턴트 커피는 프림이나 설탕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위 블랙커피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그 특징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4세대 인스턴트 커피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더라도 황금비의 커피 믹스 판매량이 여전히 가장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스타벅스의 비아를 필두로 인스턴트 커피에 로스팅한 커피 가루를 일부 첨가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인데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에스프레소라는 추출 방식에서만 만들어지는 ‘크레마'라는 거품이 물만 부어도 유사하게 만들어지는 커피 또한 이런 트렌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이번 ‘슈퍼마켓, 커피믹스 대전의 승자는?’ 편에서는 되도록이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더 많은 제품을 비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강남 인근의 마트에서는 재고를 찾을 수가 없어서 ‘칸타타 아메리카노 블랙'이라는 제품을 함께 테스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자 지금부터 슈퍼마켓 인스턴트 커피를 살펴보러 출발할까요?
▲ 좌측부터 아리비카100, 프렌치카페 아라비카 골든라벨, 루카
슈퍼마켓 인스턴트 커피 비교
1. 아라비카 100
아라비카 100이 출시된 게 2007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젊은이들은 이미 충분히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 커피 전문점에 길들여진 시기였는데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마셔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좀 더 깔끔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에 마셨던 것은 프림과 설탕이 함께 들어있던 믹스 제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제품의 경우 100% 아라비카 커피이지만 원산지 표기는 없었는데요. 식품의 유형상 조제커피로 법적으로 원산지 표시대상이 아니라며 원산지를 표시할 경우 타 업체에서 쉽게 맛을 모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산지를 밝히지 않는다고 하나 뭔가 불편함 마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아라비카 100은 다른 커피들에 비해 물을 권장량만큼 부었을 때 농도가 연한 편이었습니다. 비교적 가격대비 깔끔한 맛을 가지고 있었긴 하지만 너무 잘 정제된 맛이라서 조금은 심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 프렌치카페 아라비카 골든 라벨
프렌치카페의 아라비카 골든라벨은 페루산 아라비카를 100%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페루산 커피가 한국에서 많이 유통되는 편은 아니라서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구수한 누룽지를 불에 약간 태운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약간의 산미도 가지고 있어서 약간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커피는 탄 맛이 날 때까지 로스팅하면 산미는 완전히 잃게 되기 때문에 탄 맛과 산미가 동시에 느껴지는 것은 일반적인 맛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프렌치카페는 보수적인 입맛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탄 맛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트렌드인 산미 역시 한 잔의 커피 안에 담아보려는 시도를 해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맛이 독특하지만 조금 심심한 편이었습니다.
3. 루카
강한 탄내와 함께 고무향이 나서 개인적 취향으로는 좋아하기 힘들었는데요. 커피 전문가 집단에서는 좋은 평을 받을 수 없는 콘셉트의 맛이지만, 한국에는 이런 강하고 거칠고 무거운 커피에 대한 선호 집단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커피를 기호 식품으로 인정한다면 이렇게 구체적 기호에 목표를 두고 나온 제품에 대해서 무조건 나쁜 점수를 줄 수 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인스턴트 커피 93%(브라질 아라비카)에 7%의 볶은커피(콜롬비아 수프리모)가 섞여있다고 하네요. 강한 탄내와 함께 고무향이 나는 가운데 온도가 식으면 식을수록 신맛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카누
카누 역시 매우 무겁고 쓴맛이 많은 커피였습니다. 후각으로 탄내가 강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역시나 자동차 타이어와 같은 고무 냄새가 많이 났고요. 다만 루카 커피에 비해서는 비슷한 탄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 신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루카에 비해서는 혀로 느껴지는 촉감이 조금은 더 부드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인스턴트 커피 95% 외에도 더 풍성한 커피의 맛을 위해서 5%의 볶은 커피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중 볶은 커피는 100% 콜롬비아라고 하는데요. 95%를 차지하는 인스턴트 커피가 어느 나라에서 재배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5. 네스카페 수프리모 크레마
네스카페 수프리모 크레마는 ‘상당히 다양한 맛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 커피입니다. 군고구마 같은 향과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산미도 약간 느껴졌는데요. 뜨거운 물을 부으면 에스프레소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크레마와 유사한 거품이 형성되어서 시각적으로는 흥미로웠습니다. 다양한 맛을 가진 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혀에 텁텁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원산지로는 독일과 프랑스라고 써 있었는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 나라들에서는 커피가 재배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커피를 재가공한 나라가 표기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6. 강글리오
강글리오는 이름만으로도 왠지 쉽게 커피와 연결되지 않는 상품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녹용에 들어가 있는 강글리오사이드라는 성분에서 이름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물에 붓기 전에는 커피에는 잘 없는 약재의 향이 났습니다. 분말을 살펴보니 불빛에 반짝거리는 성분들이 보이네요. 먼저 맛을 보는데 설탕이 들어가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커피들은 다 설탕이나 프림이 들어가지 않은 커피라서 선택하게 된 건데. 이왕 이렇게 된 것이니 일단 끝까지 맛을 보기로 했습니다. 단맛은 많았지만, 커피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아니어서 Sweetness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도 가루상태에서 반짝였던 것들은 설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반적으로 묽은 한약에 설탕을 탄 맛, 약간의 산미도 느껴졌는데요. 삶은 고구마 끄트머리에서 나는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커피로써 썩 호감을 가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슈퍼마켓 인스턴트 커피를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커피 찾는 남자는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6가지의 인스턴트 커피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커피에서는 다양한 맛과 향이 있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번에 시음한 일부 인스턴트 커피들에서는 탄 맛과 함께 신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신맛이라고 하는 트렌드와 보수적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으려는 제조 회사들의 시도가 아닐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은 이상한 맛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편, 카누와 루카의 경우 이름에서부터 거꾸로 읽으면 서로가 비슷한 발음을 가졌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편인데요. 맛에 있어서도 루카는 약간 거친 바디와 함께 신맛을 가졌다면 카누의 경우 무거운 쓴맛을 가졌지만, 루카에 비해서는 조금 깔끔한 바디를 가진 것 외에는 비슷한 면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급격히 성장해온 한국의 커피 전체 시장에서 가장 큰 것은 아직까지는 인스턴트 커피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9월 26일 열린 동서식품 ‘2013년 한국 커피 시장 전망’ 설명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커피 시장은 순매출기준으로 약 2조 3천억 원이 될 전망이며 이중 인스턴트 커피의 시장규모는 약 1조 3천8백억 원으로 약 59%를 차지한다고 하는데요. 지난주에 소개했던 브랜드 커피전문점 역시 이 거대한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그냥 놔두고 볼 수만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브랜드 커피전문점은 해당 회사 커피의 고급 이미지를 고려해 상당히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반면, 커피의 맛은 상당히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한편, 이번 주에 슈퍼마켓에서 판매 중인 식품제조회사들의 인스턴트 커피들을 맛보면서 이들이 한국의 인스턴트 커피의 소비자들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슈퍼마켓에는 4세대 인스턴트 커피 대전이 한참입니다. 대세에 맞춰서 열심히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해보려는 시도들이 많기는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맥심’을 넘어설 새로운 인스턴트 커피 물결이 일어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커피 찾는 남자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얼마 후에는 또 새로운 인스턴트 커피들이 한국 시장에 출시될 커피 제조회사들은 광고를 하고 있는데요. 기존의 커피와 얼마나 다른 맛을 가지고 있을지 참 궁금해집니다. 다음 편에는 다시 브랜드 커피전문점 비교로 돌아가서 병으로 유통되는 커피 제품들을 비교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커피찾는남자가 다뤄줬으면 싶은 '커피 이야기'가 있다면 블로그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