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를 말하다

커피의 밸런스(Balance)란 무엇인가?

Coffee Explorer 2020. 1. 7. 22:06

"어떤(특성) 커피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밸런스가 좋은 커피"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나는 밸런스가 안 좋은 커피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렇게 보면 모든 사람이 밸런스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밸런스 잡힌 커피를 좋아한다."는 말을 할 필요가 애초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https://youtu.be/aZV1H8dQEfc

 

그렇다면 질문을 해봐야겠죠. 과연 커피에서 밸런스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밸런스의 정의를 짚지 않고 넘어간다면, 밸런스가 좋다는 것은 아주 모호한 표현이 되버릴 수 있습니다. SCA에서는 밸런스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커피의 향미, 후미, 산미, 바디의 다양한 모든 측면이 어떻게 서로 보완되거나 상충되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이 밸런스(균형감)이다. 만일 커피의 향이나 맛이 부족하거나, 특정한 속성이 다른 특징들을 가린다면 밸런스 점수가 낮아질 것이다.(2020 KBrC 규정 번역본 中)"

 

과거의 큐그레이더 교육에서는 밸런스를 '플레이버와 애프터테이스트, 애시디티, 바디가 잘 조화를 이룬 것' 정도로 정의했습니다. 또 요즘에는 "밸런스는 한 순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온도에 따라서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거나 크게 하락하지 않는 등 특히 하락의 폭이 크지 않은 경우에 좋은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밸런스 잡힌 커피를 좋아한다'는 두 사람에게 같은 커피를 줘도, 이 커피에 대한 판단이 저마다 다른 것이죠. 같은 커피인데 누군가는 밸런스가 좋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밸런스가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맛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가 같은 커피를 마시고도 같은 평가를 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취향도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어느 정도의 교육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밸런스 있는 커피에 대해서 배우고 이를 통해 인지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잔의 커피를 함께 마셔봐야 하겠죠? 결국 맛에 대한 타인의 개념은 같은 커피를 함께 마셔봐야 알려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저는 어떤 커피를 좋아하냐는 말에 '밸런스 좋은 커피요'라는 대답은 잘 안하는 편입니다. 밸런스 안 좋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입니다. 가끔 같은 커피를 나눠먹는 사람에게나 "나는 이 커피의 밸런스가 좋아." 정도의 말만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