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내 커피가 맛 없다고 말해주는 한 사람

Coffee Explorer 2016. 8. 23. 01:08

“이 커피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나요.” 언젠가 제 팝업카페에 와서 이야기해준 손님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아무 말 없이 잘 드셨는데 말이죠. 사실 팝업카페를 준비하면서 제조사에 냄새가 나지 않는 종이컵을 특별히 요청해서 배송받았었습니다.

 

그리고 행사 첫날에 사용했던 컵에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둘째 날에 사용하는 종이컵에도 문제가 없을 줄 알았죠. 그러나 종이컵의 제조 라인이 달랐던지 그 외 다른 이유 때문인지, 종이컵 냄새(코팅+펄프 냄새로 추정하는)가 심하게 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향에는 상당히 예민하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그 손님의 지적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라고 말하기 전에 커피의 맛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손님의 말은 사실이었고, 저는 그 손님 덕분에 빠르게 조치를 할 수 있었죠. 그분의 입장에서는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까?’ 고민을 하며 제게 의견을 주셨을 텐데.. 되돌아보니 참 고마운 말 한마디였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간혹 “커피 맛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손님을 만날 수 있는데요. 생각하기에 따라서 이런 손님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사람은 하루에 마실 수 있는 커피의 절대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바리스타가 모든 커피를 직접 맛볼 수는 없습니다. 커피 맛을 미리 확인했지만 커피 잔에서 좋지 않은 냄새와 섞이기도 하고, 어떤 메뉴는 외관이 중요하기 때문에 맛을 보고 나갈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커피 맛이 없다” 이야기해주는 손님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근래에 "저는 생각이 달라요.", "잘못하고 계신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있었나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어쩌면 당신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을지 모릅니다. 제 팝업 카페에서 그냥 아무 말 없이 되돌아간 손님들만 있다면, 저는 제 커피를 더 좋게 만들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이따금 저와 다른 생각을 말하고, 같은 상황에 대한 해석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기꺼이 반가워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기분 나빠하기에 앞서,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소셜미디어에 달리는 따뜻한 답글이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사회적 지위나 다른 어떤 것들로 인해 무조건적인 호응을 얻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보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살다보면 때때로 잘못된 판단을 있고, 사람은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왕이면 납득할 있는 방식으로 예의를 갖춰 말해주는 사람이라면 가장 좋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