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한 잔에 2만원짜리 커피, 당신은 인정할 수 없는가?

Coffee Explorer 2014. 11. 25. 01:44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


얼마 전 스타벅스에서는 스타벅스 사상 최고가의 커피에 대한 발표를 했습니다. 일본의 스타벅스에서 게이샤(혹은 게샤)라고 불리우는 종의 커피를 한 잔에 2만원에 가까운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 해당 발표와 이를 다룬 언론 기사의 주요한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과거부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하면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이나 루왁 커피 등의 이야기가 나왔었죠? 그런데 이제는 블랙 아이보리(Black Ivory)'라고 부르는 코끼리 똥 커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의 타이틀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블루 마운틴은 철저한 마케팅의 산물이었다면 루왁의 경우 과거에는 희소성이 높은 가치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한 잔에 1-3만원에 판매되던 블루마운틴 커피는 찾기 어렵게 되었지만, 루왁 커피 한 잔을 여전히 5만원에 판매하는 곳을 아직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오늘 날 스페셜티 커피업계에서는 블루 마운틴의 가치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루왁의 경우도 사육의 비윤리적 문제로 인해서 BBC의 혐오 식품으로 분류된지 오래고, 진품을 찾기 어렵지만 이미 루왁 커피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다시 루왁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딱히 관능적인 매력을 많이 가진 커피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오늘 재미있는 글을 또 다시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도대체 무슨 커피 한 잔에 2만원이 한다는 거야?

<커피찾는남자가 경험했던 시먼 어베이 커핑 및 핸드드립 장면>


인사이트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위 제목의 글을 읽게 된 것입니다. '시먼 어베이'라는 특별한 커피를 한 잔에 2만원 씩이나 하는 엄청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커피업계에 종사하는 바리스타들 사이에서도 조금은 논란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시먼 어베이는 커피의 종자 이름은 아니고 커피를 산지에서 생산하고, 가공하는 전문가의 이름을 딴 상품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생두 회사인 Ninety Plus사에서 커피 생두에 대한 가공을 책임자 중 한 사람의 이름이 바로 시먼 어베이(Semon Abay)입니다.




사실 저 역시 '시먼 어베이'라는 커피를 마셔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것도 3번이나 다양한 도구를 통해서 추출해서 마셔봤으니 한국에서는 제법 이 커피를 많이 마셔본 사람 중의 한 명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먼 어베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한동안 '뜨거운 감자'의 역할을 톡톡히 했었는데요.

분명하게 합의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역사상 가장 복합적인 향미를 강한 강도로 가진 커피'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향미 자체의 호감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뉘기도 합니다. 저에게도 시먼 어베이라는 너무 다양하고 강한 향을 가진 커피여서 오히려 약간의 혼란함들을 주기도 했었습니다.


산지에서 온 농장주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린 2014 서울 카페쇼에서 저는 친구를 한 명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는 우간다에 자신의 작은 커피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데요. 커피의 맛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는 생두의 가공 공정에 대해 그는 대단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우간다는 커피의 원산지로써 다양한 종자를 가지고 있는 보물 창고로써 중요한 의미를 가진 나라인데요. 아직 한국에는 우간다의 좋은 커피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거나 혹은 수입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그가 가져온 생두 중 허니 프로세스(일부 아라비카 커피에 사용되는 특별한 가공법)를 거친 로부스타 커피는 매우 희귀하고 주목해볼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커피였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카페쇼 4일동안 이 커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외롭게 홀로 작은 의자에 앉아있던 그에게 제가 여러 차례 다가가 대화하면서 저와는 어느새 친구가 되었는데요. 카페쇼가 끝나고 저는 그와 함께 서울 곳곳의 커피숍을 방문했습니다.


사실 이 친구와는 오늘 화제가 되었던 '시먼 어베이'는 아니지만 동급으로 분류될 수 있는 최상급의 커피 두 잔을 함께 나눠마시게 되었습니다. 바로 파나마 게이샤 줄리엣(Juliet)과 실비아(Silvia)인데요. 과연 우간다에서 날아온 커피 농부인 그는 이 커피들을 맛 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요?




<우간다의 농부와 함께 주문했던 파나마 게이샤 커피, 광화문 나무사이로 에서>

함께 방문한 광화문의 '나무사이로'는 한국에서 특별한 커피들을 맛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커피숍 중 하나입니다. 사실 나무사이로의 커피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그 어떤 카페들보다 좋은 품질과 높은 가격의 생두를 사용하지만 가격은 5천원입니다. 게다가 테이크아웃의 경우 20% 할인까지 해주다 보니 커피의 판매가가 타 매장대비 비싼 곳은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오늘 화제가 되고 있는 시먼 어베이나, 파마나 게이샤 등의 커피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간다 친구를 놀래키지 않기 위해서 저는 이미 한국의 물가에 대한 브리핑을 해주었습니다. 일반적인 수준의 한 끼 식사비를 비롯해서 인건비와 임대료의 수준 등을 차근차근 알려주었고, 오늘 우리가 함께 마실 커피의 가격까지 미리 귀뜸을 해주었습니다.


사실 이 친구 역시 이런 수준의 커피에 대해 궁금함을 견딜 수 없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아프리카의 유명 커피 산지에서 살면서 농장을 농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급의 파나마 게이샤와 같은 커피를 마셔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자신도 커핑 점수 90점(감별사들일 최상급 커피에 매기는 수준의 점수) 정도의 커피를 만들어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이 커피를 더더욱 자신의 커피와 비교해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한 동안 눈이 둥그레지며 맛과 향을 음미한 후에 "아니! 완전 수세식(가공 방식의 일종) 커피가 어쩌면 이렇게 달 수가 있지?"라며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커피라고 알려져 있는 파나마 게이샤들을 함께 나눠마신 건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농장주로써 자신의 새로운 커피 농사의 목표를 세우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으로 그는 한동안 무언가 씁쓸해하는 표정을 지었는데요. 그는 최근 카페쇼에 참여하면서 조금은 혼란스러운 듯 해보였습니다. 자신들이 땀 흘려 생산한 커피가 이렇게 많은 부가 가치들을 생산하는 동안, 자신들에게 되돌아온 것은 극히 작은 부분이었다는 것을 눈으로 보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하며 그에게 물어보는데 저와 정확히 같은 생각 중이었다고 대답을 하더군요. 커피 한 잔, 약 15-20g의 커피가 한국에서 2만원에 판매되는데 정작 자신이 판매하는 커피의 가격은 1kg에 3-5달러에 불과합니다.


혼란스러워 하는 그에게 저는 설명해주었습니다.


"여기 카페의 사장님은 그렇게 큰 돈을 벌어가지는 않아. 바리스타 역시 한국 사회에서는 돈을 가장 적게 버는 직업 중에 하나지-"


그가 다시 묻습니다. "그럼 그 돈은 다 어디로 가는건데?"


"모두다 땅 주인에게 가는거지 뭐-"



2만원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까?

커피 농장 주인을 놀라게 만드는 정도의 맛을 가진 커피. 맛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것은 가격이었을지도 모르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 저는 이 커피 한 잔의 가격에 대해 저는 2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간다에서 온 친구는 자신의 수많은 농사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해온 테스트와 땀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정도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노력과 수고를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 가공 공정이 얼마나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지 부터, 수확 이후 커피를 말려야 할 시기에 오는 비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그는 설명했습니다. 분명 이 커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깊게 동의를 했습니다.


잠시 산지에서의 관점을 내려놓고 한국의 상황에서 생각을 해볼까요? 이런 커피들은 일반적인 커피들과는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가집니다. 그래서 적절한 로스팅 프로파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 차례 실패를 거듭해야 합니다. 한번의 실패가 있을 때마다 비싼 생두를 팔 수 없게 되는 등 그동안 많은 비용을 지불해왔을 겁니다. 물론 지금까지 공부해온 것에 대한 모든 수고를 이 한 잔으로 보상 받을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커피의 가격을 생각하면서 단지 산지에서 판매가와 운송비만을 기준으로 판매가가 적정한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가 그동안 흘려온 땀과 노력의 댓가를 마땅히 지불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우리가 아이폰을 단지 기계 부품의 조합으로 생각하고 부품의 값만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을 위해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딴 이들이 해온 수고들에 대한 보상을 아이폰 구입의 대가로 지불하듯 커피에서도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이 커피가 분명 2만원의 가치는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풀어야할 커피 산업에서의 숙제, 답을 어디에 있는가?

사실 커피 산업 내에서는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습니다. 그 숙제는 한국 사회 안에서 보면 대표적으로 바리스타 처우의 문제와 같은 것을 들 수 있을텐데요. 사실 이 문제를 커피 산업 안에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누군가 커피와 관련된 일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누군가를 만날 때면, '단지 커피가 좋은 거라면 바리스타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며 돈을 더 벌어서 집에서 더 맛있는 커피를 혼자 즐기라' 충고를 하곤 합니다.


사실 가장 근본적인 땅의 문제나 부의 분배 구조 등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무한히 공평한 경쟁을 하자고 부추기고 있는 것은 어떻습니까? 선진국과 후진국이 이미 불공정한 출발선 상에 서있기 때문에 이런 구조 속에서 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은 애초에 가능한 일들이 아닙니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이 2만원이라는 것이 신기하다', '밥보다 커피가 비싸다', '커피 한 잔의 원가가 얼마다'라는 수준의 기사를 쓸 시간에 세계의 산업 구조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 이를 바꾸기 위한 글을 써야하지 않나요?



생활 필수품이 되어가는 커피,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커피를 재배한다.

커피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품은 아닙니다. 솔직히 돈이 없다면 안 마시면 그만인 사치품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아메리카노와 같은 커피가 이제 한국 사회에서는 생활 필수품에 거의 가까워진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 있는 4천원짜리 아메리카노가 얼마 지나지 않아 8천원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줄곳 이야기 하고 있는 커피는 최고 수준 커피입니다. 이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두 부류입니다.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공부의 의미로 먹는다면 이 커피는 그 만큼의 가치는 그에게 보여줄 것 입니다. 또 하나 만일 최고의 커피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이었다면 최소한의 수준으로 자신의 삶을 즐길 여유를 스스로 선택한 것일테니 이 또한 그에게는 의미있는 커피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어떤 면에서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커피에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려고 합니다. 과거부터 커피를 역사 속에서 가니긴 착취의 산물이었습니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것은 커피 원산지 나라가 받았던 축복이었지만, 악랄했던 삼각 무역을 통해 서구 열강은 이를 이용해서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없도록 커피 산지 사람들을 지배하며 커피가 산업화 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신다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과거의 구조에 대해서도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하는 행위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커피를 기호로 즐기는 동안 아직 제 3세계에는 생존을 위해 커피를 심는 원산지 커피 농장의 임노동자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커피를 구입해야 하고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중간에서 지나치게 많은 부를 축적하고 결과적으로 착취하고 있는 구조에 대한 자각과 함께 '자발적 과지불'을 기꺼이 선택해야 합니다.


커피 산지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기후 변화,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도 미래를 꿈꾸며 열강의 커피 창고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식량 주권을 가질 수 있도록 커피와 함께 다른 식량 작물을 심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과거 서구가 우리 나라에 했던 것처럼 호혜로 포장한 침탈이 되지 않도록, 그들의 자발적인 방향 설정이라는 전제 위에서 우리는 돕는 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냥 한 줄로 말하자면 커피를 통해 산지의 사람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얻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절대 동의할 수 없는가?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여러분이 속해있는 영역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경험하는데 1-2만원을 지불한다는 것이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수준의 금액인가요? 우리는 한 잔에 1-2만원 하는 커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2만원짜리 커피에 동의를 한다면 그 다음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물론 우리가 이 한 잔의 커피에 지불하는 돈 중 지극히 작은 돈이 산지로 돌아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구조가 바로 잡히기 위해 선순환의 구조를 만드는 킥스타터(시동을 거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 시동의 전원은 우리의 '의식'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합리한 이 경제의 구조를 자각하고 변화를 주도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구조적 착취에 대해 우리는 책임이 있을 겁니다.


길고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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