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와 로스팅

세상에 나쁜 로스팅은 없다?

Coffee Explorer 2022. 7. 13. 00:02

“커피는 취향이다”라는 말이 커피 소비자에게는 자유입니다. 우리는 나와 다른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을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로스터로써 “세상에 잘못한 로스팅은 없다.”라고 여길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로스터는 기준을 세워서 로스팅 품질을 평가 및 관리하고, 그 기준에 어긋난 커피가 상품으로 출고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잘된 로스팅이 있다면, 잘 안된 로스팅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로스팅 스타일이 있습니다. 스타일이 달라도 로스터의 의도에 맞게 표현된 로스팅이라면, 틀린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커피 로스터의 입장에서 “이것은 잘 안된 로스팅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특정 스타일에서도 분명 잘된 로스팅과 그렇지 않은 로스팅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커피를 두고 무분별하게 잘못된 로스팅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로스팅 스타일에 따른 기준을 세우고 그것에 따라서 어떤 면에서 잘못되었다고 보는지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잘못된 로스팅’이라는 지적은 타인의 취향을 무시하는 편협한 사고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저는 로스터가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로스팅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특정 방식을 추구한다는 것과,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자기 스타일이라고 주장할 때의 설득력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로스터에게는 우선 로스팅에 대한 폭넓은 사고와 다양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다크 로스팅을 잘 한다고 알려진 곳을 찾아서 그 커피만의 차별점을 알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원리와 테크닉을 섭렵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타지 않고 묵직한 느낌을 더할 수 있을까요?

 

또, 이와는 정반대로 노르딕, 혹은 라이트 로스팅에 뛰어난 카페의 커피를 비교해서 맛봐야 합니다. 엔자이매틱 계열의 향미를 가리는 갈변 작용에 의한 향미가 최소화되면서도, 익지 않은 느낌이 ㅈㅂ배제된 커피를 위해 수분 함량을 충분히 낮춰진 커피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는 산지별 향미의 차이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 과거보다 더 라이트 로스팅을 추구하는 흐름이 나타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라이트 로스팅만이 잘된 로스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취향을 떠나서도 추출에 따라 발현되는 맛의 균형이 다르기 때문에, 로스터는 추출 방식에 따라서 다른 로스팅 방식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저는 여러 스타일의 로스팅을 소개하고, 각 스타일을 구사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리를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댐퍼를 어떻게 조작하고, 화력을 언제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뛰어넘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로스팅 머신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서 이런 운용법에는 얼마든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커피를 원하는 목표대로 로스팅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스팅의 핵심적인 원리, 본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