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와 로스팅

스트롱홀드 : 로스팅 프로파일과 ROR(온도상승률)

Coffee Explorer 2018. 12. 5. 17:33

ROR이란?


로스팅 프로파일에서의 빈 온도는 로스팅의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보다 빠르게 온도가 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도 곡선의 변화는 선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온도의 상승률을 살펴보면 비교적 작은 변화도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느껴지는 데요.


로스팅에서 온도의 상승률을 ROR(Rate of Rise, 기준 시간당 원두의 온도 상승 정도) 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많은 로스터들은 ROR 곡선을 보면서 로스팅하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과거의 로스팅 머신들은 그저 빈의 온도 정도만을 측정해서 표시했지만, 요즘에는 PC와의 연결을 통해 ROR 등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면서 로스팅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단지 온도 변화의 빠른 감지를 넘어서 ROR의 형태와 향미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로스팅 프로파일에서 특정 형태의 ROR이 만들어졌을 때 커피가 더 맛있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스캇 라오와 ROR


커피 전문가로 잘 알려진 스캇 라오(Scott Rao)는 로스팅에서의 ROR에 대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형태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입니다. ROR이 정체되거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Baked' 향미가 발행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반대로 1차 크랙 이후에 ROR이 상승하게 되면 단맛이 부족해지는 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로스팅은 속이 차고(?) 단맛이 충분한 것을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ROR에 대한 스캇 라오의 모든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참고할만한 부분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존 프로파일을 토대로 제가 다음 배치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프로파일을 수정해가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참고 링크

https://www.cropster.com/news-detail/the-flick/

https://goo.gl/G83oQH




생두 소개 : 르완다


이번 로스팅에 사용한 생두는 르완다 타파 수프림 내추럴(Rwanda Taba Supreme Natural)입니다. (수입사 : 알마씨엘로)

- 지역 : Nyamagabe, 중앙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보전된 열대 산림인 늉웨(Nyungwe) 국립공원

- 고도 : 1,750m

- 품종 : Bourbon

- 수확 시기 : 6월

- 컵노트 : 블루베리, 망고, 탄산수, 라임 등




로스팅 프로파일 소개

(모든 배치의 투입량은 800g으로 동일함)


1.

(아래 쪽에 흰색으로 표시된 선이 ROR 그래프)

전체 로스팅 시간은 10분, ROR은 전체적으로는 지속적으로 하강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152도 부근(빨간색 동그라미)에서 ROR의 상승에 이은 급락이 발생하는데요. 이것의 정확한 원인은 밝힐 수 없지만, 스캇 라오를 비롯한 어떤 로스터들은 이런 형태의 ROR를 좋지 않은 것으로 해석합니다. 반복적으로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 로스터로써 이 증상을 해결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결은 단순한 편입니다. 해당 프로파일에서 ROR의 급변 전후로 열풍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는데요. ROR의 상승 시점 1~2분 전에 미리 화력을 줄이고, 하락 시점 전에 약간 화력을 더해주면 됩니다. 열풍의 경우 열량의 변화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해서 미리 조절해야 합니다.




2.

2번 프로파일은 할로겐은 고정 값 8을 주고, 열풍은 아주 단순하게 조작하면서 로스팅을 완료하고 있습니다. 열풍은 시작부터 10의 강도를 주었는데, 약 164도(05:47) 지점에서 8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ROR의 경우 큰 틀에서는 전체적으로 하락하는듯 하지만, 특정 구간에서 ROR의 상승이 나타납니다. ROR 그래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해 둔 부분처럼 로스팅하고 싶었다면 157도(05:10) 이전에 열풍의 강도를 8정도로 조절해야 했습니다.




3.

이번 프로파일도 단순한 편입니다. 열풍과 할로겐을 모두 8로 주다가 160도(07:13)에서 열풍은 7로 낮추고 로스팅을 완료하고 있습니다. ROR은 느리지만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모양새인데, 176.8도(09:51) 1차 크랙 부근에서 소폭의 ROR 상승에 이른 하락이 약간의 아쉬움입니다.


같은 프로파일로 반복 로스팅해도 같은 ROR 형태가 나왔다면, 이 부분의 개선을 위해서도 미리 화력을 조절할 것 같습니다. 빨간 동그라미의 피크 시점은 약 09:47 인데, 20~30초 전에 화력을 조절하면 ROR의 미세한 상승은 억제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빨간 동그라미 직후 ROR이 1.3까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저라면 09:20 시점에서 열풍을 6으로 09:40 부근에서 다시 7~7.5로 올려서 로스팅을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4.

이번 프로파일은 14분에 걸쳐 진행됩니다. 할로겐은 8로 고정, 열풍은 7로 진행하다가 후반부에 6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이 프로파일은 로스팅 중반까지 ROR이 순차적으로 하락하지만(빨간선), 09:20을 기점으로 ROR이 약간 상승하고(파란선) 다시금 급락하는 형태를 보입니다.


9분 이후의 ROR 상승을 막기 위해 화력을 조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이 경우에는 전체 로스팅 시간이 너무 길어지게 됩니다. 저라면 초기의 화력을 강하게 주는 방향으로 조절할 것 같습니다. 초기의 열풍을 8로 진행하다가 도중에 화력을 7로 낮추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5.

로스팅 초기에 약한 화력을 주다가 후반에 강한 화력을 주는 방식의 로스팅입니다. 할로겐은 8로 고정, 열풍은 5로 주다가 3분 시점에 10으로 바꾸어서 끝까지 로스팅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로스팅 초반부터 후반까지 ROR이 상승하다가 유지되는 형태입니다. 특수한 프로파일의 로스팅이기 때문에 굳이 ROR을 하강하는 형태로 만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실험을 위해서 화력을 조절해서 중후반부에 ROR이 하락하도록 테스트해 보는 것은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 하며


이번 글에서는 로스팅하면서 만나게 되는 일반적인 ROR의 형태에 대해 알아보고, ROR의 형태를 조금 다듬기 위해서 어떻게 로스팅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두에 이야기했지만 로스팅에서의 ROR은 어떤 형태가 이상적인지에 관해 아직까지 단정해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ROR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실제로 로스팅하고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은 좋은 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너무 일찍 너무 서툰 단정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ROR을 참고해서 로스팅에 도움을 받으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 글 : 커피익스플로러(Coffee Explorer)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