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추출

커피 추출 : TDS 농도와 추출 수율, '평균'을 넘어서

Coffee Explorer 2018. 5. 13. 23:08

TDS%와 EXT%를 열심히 측정하며 커피를 추출하다 보면 자연스레 만나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한 종류의 커피를 가지고 추출했는데, 다른 드리퍼를 사용하면 왜 다른 맛이 날까?'와 같은 질문말이죠.


같은 분쇄도의 원두를 서로 다른 드리퍼로 추출했다면 추출의 시간에 따라서 TDS%와 EXT%는 당연히 다를 것인데, 문제는 분쇄도를 달리 조절해서 서로 같은 TDS%와 EXT%가 나왔을 때죠. TDS가 모든 것이 아니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한데, 정작 정확한 원리를 남에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고의 범위를 조금 넓히면 납득 가능한 이유를 추정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지난해 '바리스타 허슬'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간이 실험을 유튜브로 재미있게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은 먼저 잠시 35초의 시간을 내볼까요?





우리 일반적으로 측정하는 TDS%와 EXT%는 사실 다양한 입자들이 각기 다른 수율로 추출되었을 때의 평균적인 값을 측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위 영상은 이를 구분해서 고민해야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로 돌아가 볼까요? 위 영상에서는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면이 있어서, 제가 조금 다른 형태로 그림을 그려 설명해봤습니다.바리스타 허슬에서는 추출이 과하게 일어난 것은 연두색, 반대의 경우를 빨간색으로 표기했다면, 제 경우에는 색상의 의미를 다르게 해서 표현했습니다.


입자의 기준에서 보면 미분과 큰 입자의 표면은 쉽게 Fully extracted 되는데 이를 빨간색으로 표현하고, 그라데이션을 이용해서 상대적으로 적게 추출되는 영역을 노란색 - 연두색 - 파란색으로 채웠습니다. 물론 실제의 커피 입자는 다공질의 구조로 복잡하지만, 설명을 돕기 위해 이를 축약해서 그린 그림에 불과합니다.

<물 빠짐이 상대적으로 빠른 드리퍼+필터+작은 분쇄도의 조합>


이 경우에는 아무래도 비슷한 TDS%와 EXT%를 만들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작은 입자를 사용할 가능성이 큰데요. 물 빠짐이 빠른 드리퍼의 대명사인 하리오가 이런 경우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 빠짐이 상대적으로 느린 드리퍼+필터+큰 분쇄도의 조합>


이 경우에는 반대로 더 큰 입자를 사용할 텐데 멜리타와 같이 물 구멍이 작거나, 아니면 필터의 특성상 물 빠짐이 느린 경우에 해당하겠죠.




두 경우는 사용한 입자의 크기도 다르고, 커피 입자가 물과 접촉한 시간도 다르고, 상대적 과소/과다 추출된 영역이 상당히 다를 겁니다. 다시 강조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TDS%와 EXT%는 사실 다양한 입자들이 각기 다른 수율로 추출되었을 때의 평균적인 값을 측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TDS%, EXT%를 추출 시간과의 관계 속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TDS%, EXT%, 총 추출 시간을 각 축으로 하는 3차원의 그래프를 만들어보는 것도 어느 정도 의미 있으리라 봅니다. 이미 이런 시도도 있었습니다. ^^


누군가는 TDS% EXT%를 중심으로 커피 추출을 생각하고, 누군가는 시간을 더 중심에 놓고 커피 맛의 변수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저는 TDS%와 EXT%를 먼저 교육한 이후에, 시간의 변수를 고려해서 추출을 가르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 요소들 중 하나를 배제한 채 커피 추출을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TDS Refractometer의 수치만 가지고 커피를 단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같은 TDS% EXT%임에도 다른 맛을 가지는 커피를 이런 설명을 통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가 진행하는 Brewing Intermediates 과정의 일부 내용을 소개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글/그림 : 커피찾는남자(Coffee Explorer)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