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와 로스팅

스트롱홀드 S7 사용자를 위한 조언_1

Coffee Explorer 2017. 12. 1. 01:27

스트롱홀드 로스팅 머신을 처음 알게 되면서, 그 원리에 대한 호기심과 맛에 대한 궁금함 때문에 스트롱홀드를 사용하는 카페를 두루 찾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만족스런 한 잔을 경험을 하지 못한 적도 많았지만, 시간이 상당히 흐른 지금은 스트롱홀드를 사용하면서 좋은 맛과 향은 물론 자신의 개성을 잘 표현하는 매장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을 해봤는데요. 아마도 조금은 생소한 원리와 구조의 로스팅 머신이기 때문에 사용자들 역시 어느 정도의 공부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거에 누군가는 제게 "스트롱홀드로 로스팅한 커피는 대부분 이런 맛이 난다."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사실인지, 그렇다면 왜 그런 특징이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향미의 발현은 빠르게 되는 편이지만 상미 기간이 짧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요. "단맛은 좋은데 아로마가 부족하거나, 반대로 아로마가 좋은데 단맛이 부족하다."라고 말하며 그 가운데에서 균형을 가진 커피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서 공통적으로는 클린컵이 좋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1년여간 스트롱홀드 S7을 사용하면서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수없이 새로운 가설을 세웠다가, 수정하거나 완전히 뒤엎기를 여러 번 해왔는데요. 1년이 지나며 이제는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말했던 '스트롱홀드의 맛'이라는 것은 대체로 자신의 로스팅 습관이나 스트롱홀드 S7의 특수한 매커니즘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인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다면 다양한 스타일의 로스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포함해서 스트롱홀드 S7 로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앞으로 몇 차례에 나눠서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스트롱홀드와 열풍/대류열의 이해


출처 : https://goo.gl/snQyyB

열풍/대류라는 열전달 방식은 생두의 넓은 표면으로 열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두를 균일하게 로스팅하는데 대체로 긍정적 평가받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전통 드럼 로스팅 머신은 200도 전후 온도의 열풍을 만드는데요. 열풍을 보다 주요하게 활용하는 머신은 전통 드럼 로스팅 머신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온도의 열풍을 만드는 편입니다. 스트롱홀드 s7의 경우 최대 400도에 가까운 열풍이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며 빠른 시간 안에도 로스팅을 가능하게 합니다.




복사열에 대한 오해와 이해


출처 : https://goo.gl/Upvd8K


"복사열은 향미를 파괴하는 것 같다.", "특히 1차 크랙 부근에서는 복사열을 많이 사용하지 말라."라는 이야기도 여러 차례 들었는데요. 복사(radiant heat)는 열에너지 전달의 한 방식일 뿐입니다. 전달하는 에너지의 양을 적절히 조절하면, 향미에 나쁜 영향을 줄 만한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납득 가능한 이유를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균일하게 교반이 되는 시스템 속에서의 복사열은 생두를 내부까지 균일하게 로스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할로겐을 많이 사용해서 로스팅에서 나쁜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오히려 대부분은 화력 조절에 실패해서 적절한 양의 에너지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할로겐의 특성과 스트롱홀드 S7의 드럼 구조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잘 이해하게 된다면 더 이상 할로겐은 로스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이어지는 다음 편 글까지 모두 읽어야 선명히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할로겐 열원의 이해


출처 :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홈페이지


많은 사람이 '할로겐 = 복사열' 이라는 단순한 공식을 생각하는데요. 물론 스트롱홀드 S7에서 할로겐이 열을 만들어서 외부로 열에너지를 이동 시키는 방식은 복사의 형태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생두에 복사와 함께 전도 방식을 통해 열이 전달되는 것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드럼내부의 대류 온도를 높이는데도 일정 부분은 기여할 수 있겠죠.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할로겐의 강도를 설정하는 경우, 복사를 통해 생두는 로스팅 중에 유의미한 영향을 받는데요. 이때 할로겐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는 드럼, 특히 드럼의 측면 상단 온도를 높이는 것에 할로겐은 효율적으로 작용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반대로 사용량을 특정 수준 이하로 할 경우 복사를 통한 로스팅에 대한 영향은 급격히 하락하게 되는데요. 상대적으로 할로겐을 약하게 사용하는 로스팅에서는 복사를 통한 열 전달보다는, 오히려 드럼의 온도를 적절히 유지해주는 일종의 열 보호막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로스팅 도중에 드럼 온도가 예열 온도에서 추가로 상승하지 않는 수준에서 할로겐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는데요.(다른 원리의 로스팅 머신은 드럼의 온도를 추적하며 로스팅할 수 없으니, 이 부분은 스트롱홀드의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로스팅 중에 온도가 상승할 정도로 할로겐을 강하게 사용할 경우, 로스팅 후반에서 흐름을 민첩하게 제어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로스팅 전후의 타워드럼 온도가 큰 차이가 없게 할로겐을 조절하면 큰 장점이 하나 생기는데요. 한 배치 이후에 목표 온도로 다시 예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연속 배치에서의 생산성이 향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열풍을 더욱 많은 비율로 사용해서 로스팅하기를 원하면, 할로겐을 조금 약하게 사용하면서 로스팅 과정에서 타워드럼의 온도가 하락하는 형태가 되도록 로스팅 프로파일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최근에는 이런 형태의 로스팅을 더 자주 하는 편인데요. 이 경우에는 한 배치 이후에 타워드럼이 원래 온도로 예열하기 위해 일정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화력 조절의 오해


S7 Pro의 로스팅 장면


사람들은 자신이 조절한 화력으로 현재의 로스팅을 단순하게 기억하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내가 6에서 8의 화력 강도로 조정했으니 지금부터는 8이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로스팅에서 화력 조절은 더욱 입체적으로 앞에서 얼마나 강하게 화력을 주었는지, 해당 화력으로 얼마나 지속했는지에 따라 현재 타워드럼과 내부 온도가 결정되게 됩니다.


예를 들어, 10의 화력을 1분 동안 지속하고 8로 낮춘 경우와 10의 화력을 2분 지속하고 8로 낮춘 경우, 이때의 실제 드럼 내부 온도는 전자가 더 낮습니다. 열을 만들거나 보관하는 내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난 분명 똑같은 화력을 8로 낮췄는데, 왜 원두의 온도가 아까보다 천천히 변하는 거지?'라고 생각하신 일이 있다면, 그 앞 단계에서 얼마나 강한 화력을 얼마나 길게 주었는지 확인해 보시길.


스트롱홀드는 400도에 달할 정도로 강한 열풍을 사용하는데요. 열풍의 화력 단계를 조절한다고 그 온도가 즉시 변화하지는 않습니다. 올라가는데도 일정한 시간이 걸리고, 낮추는 데도 일정한 시간이 걸립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통적 드럼 머신도 이런 원리는 동일합니다. 복사열을 내는 할로겐의 강도야말로 가장 지연(delay)이 덜한 열 변화를 만들어 낼텐데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스트롱홀드 S7에서 할로겐은 전도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 되겠죠.


- 글/사진 : 커피찾는남자 (Coffee Explorer) 에디터

-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스트롱홀드 S7 사용자를 위한 조언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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