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사설] 모든 다름은 존중받아야 하는가?

Coffee Explorer 2017. 8. 20. 02:02

커피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는 쉼 없이 만들어집니다. '커피산업계가 유독 시끄럽다'는 것은 우리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커피의 특성 때문에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커피가 각성제의 효능이 있기 때문에 대개 사람의 정신을 또렷하게 해서 이성적인 통찰에 도움을 주지만, 밤에는 잠을 쉬이 들지 못하게 해서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보통은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다름에 대한 존중과 함께 우리가 틀린 것을 분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대부분의 이야기를 '그저 다른 것일 뿐, 틀렸다고 말하지 말자'라고 하고 싶지만, 때로는 다른 것이 아니라 틀렸다고 말해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커피는 취향과 과학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취향만 있어도 안 되고, 과학만 있어도 안 되죠. 과학 없는 철학이 많은 사람을 현혹하고 있다면 그러한 다름까지 무조건 존중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실 커피의 기술을 이야기할 때 철학은 너무 거창한 단어고, 보통은 주관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개인의 취향에는 틀림이 없지만, 집단을 한정하고 통계적으로 상황을 진단할 때에는 틀림을 말할 수 있습니다.




과학에도 틀림은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알려진 과학과 우리가 옳다고 믿는 이론이 절대적 진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로스팅과 추출, 커피를 둘러싼 것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지금의 정설도 10년만 지나면 틀린 것이 될 수도 있죠.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직 우리는 모르고 있다'는 말은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또한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밝힐 수 있는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체계가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과학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대부분 자기변명이 불과합니다.




'나는 이게 좋습니다.'라는 말에 불만을 가질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맞고 남들은 틀렸다'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물론 검증이 가능한 방법과 영역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이 주장이 산업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설득할 수 있는 적절한 근거가 있으면 많은 사람이 납득하겠죠.


하지만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거나, 그 근거가 잘못된 것이 명확하다면 잘못된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게다가 상대가 이곳저곳(웹 상에서라도)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그런 주장을 한다면 반론의 목소리가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이러한 정당한 반론을 두고, 불합리한 주장을 한 쪽에서 "위기 의식을 느끼냐?"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이런 것은 '광역 도발'에 가깝습니다.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어그로'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름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다름과 그 표현 방식, 주장의 근거까지 존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발전을 위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확인 가능한 정보를 잘못 전달하는 사람을 비판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다름은 존중해야겠지만, 어떤 주장에 대해 '우리는 틀렸다'고 말해야 합니다. 오지랖이 넓다는 평가를 감수하고, 건강한 태도와 관점으로 비판하는 사람을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