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바리스타 챔피언쉽

KBrC_ 2.침지식 커피를 고민하다

Coffee Explorer 2016. 10. 12. 23:34

이 글은 한국의 국가대표 바리스타를 선발하는 WCCK(World Coffee Championship of Korea) 대회 중 KBrC(Korea Brewerscup Championship)에 커피찾는남자 에디터가 출전하며 있었던 일에 대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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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C_ 1.결심과 시작



침지식 커피의 차이는 뭘까?


먼저 떠올리게 된 것은 VST 굴절계의 측정 어플리케이션에 적용되어 있는 LRR(Liquid Retained Ratio)의 개념이었는데요. 원두는 추출이 끝나고 나서도 일정 비율의 물을 머금고 있는데요. 그래서 브루잉에 사용한 물의 양과 최종 음료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LRR은 커피 추출 후 원두가 보유하고 있는 물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원래 VST 어플(iPad ver)에서 LRR의 기본값은 Drip 2.1, Immersion 2.5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VST 사에서 많은 회차의 실험을 통해 LRR 값이 침지와 드립에 따라 서로 다르다는 것을 평균적인 수치로 나타낸 것 같은데요. 침지에 LRR 값이 더 높다는 것은 추출되는 내내 물에 대부분이 푹 잠겨있게 되다 보니, 어느 정도는 물 위에 부유하게 되는 드립에 비해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고 수긍이 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치들은 독특한 추출 방법을 사용할 때에는 오차 범위가 상당히 큰 것 같았습니다. 제가 평소에 사용하는 방법의 LRR은 약 2.7에 가까운 편이었습니다.


LRR 값의 차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했는데요. 침지의 LRR 값이 크다는 것은 분쇄 원두의 중심부까지 물이 ‘충분히’ 침투한다는 것이고, 그 반대로 LRR 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드립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커피의 추출에서 약간의 운동 에너지와 열에너지(이 역시 운동 에너지의 일종이긴 하지만)가 어느 정도의 균형으로 사용되기는 하는데요.


슬러리를 기준으로 추출 되는 내내 중력에 의한 물의 흐름이 나타나는 드립은 원두의 표면을 씻어내는 작용이 침지보다는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 추측할 수 있었죠. 반대로 침지는 표면에 있는 성분들에 대한 추출과 함께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성분들이 긴 시간 물이 침투하며 세포벽에 의해 일종의 필터링된 성분들이 이끌려 나오는 작용도 어느 정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침지식 커피의 장단점


침지의 단점은 대부분 추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과 별도의 필터링을 하지 않으면 질감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터링을 하려면 추가 시간이 더 걸리고, 커피 온도도 식게 되기 때문에 빠른 필터링이 필요한데 클레버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꽤나 괜찮은 도구이긴 하죠. 여튼 침지식 커피 추출에서도 어느 정도 운동 에너지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테스트해보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동 에너지가 사용되면 자연스럽게 추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텐데, 침지에서는 추출 시간을 드립에 비해서는 조금 더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드립에서 추출 시간은 주요하게는 분쇄도에 의해 좌우되고, 억지로 추출 시간을 늘릴수는 있지만 현탁액의 온도가 낮아지게 되고 다른 변수가 끼어들 틈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침지는 비교적 자유롭죠. 별도의 필터링을 하는데에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한 분쇄도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얼마 전 맷 퍼거는 침지를 두고 같은 농도의 수율과 농도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드립보다 많은 원두를 사용해야 한다며, 비 경제적인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요. 침지와 드립이 분명 어느 정도는 다른 맛과 향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추출 방식인데 이 둘을 단지 숫자로만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커핑의 온도 프로파일


침지식 커피를 공부하면서 제일 처음에 했던 것은 커핑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커핑은 우리가 ‘브레이킹’이라고 부르는 동작에서 사용하는 최소한의 운동에너지를 제외하면, 물의 양과 물의 온도 프로파일은 추적이 가능한 것 같았습니다. 온도의 프로파일은 실내 온도, 커핑볼/분쇄 원두/물의 온도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데 시간에 따라 어떤 온도 곡선을 그리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약 20회에 걸쳐서 커핑에서의 온도를 기록했습니다.


최초에는 커핑의 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커핑의 온도 곡선의 형태를 유지하되 전체의 길이를 1/3로 축소시키고, 대신 운동 에너지를 적절하게 투입해서 보완해주면 커핑과 비슷한 느낌이 나오게 될지 궁금함이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추출을 진행하려니 온도를 적절하게 강제로 조절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습니다.


온도를 원하는 곡선에 맞춰서 낮추기 위해서 물을 담은 냄비에 침지에 사용하는 도구를 적절히 담궈서 전도를 이용해 온도를 조절했습니다. 어느 정도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곡선의 구현은 가능했지만 정확하게 재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런 수고를 감당하느니 '그냥 커핑을 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방식은 내려놓았죠.




다음 글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