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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커피 재배, 상업적 가능성 있을까?

Coffee Explorer 2016. 1. 21. 04:51

전남 고흥군은 2020년까지 커피배면적 10㏊로 늘려 ‘커피재배 메카’로 육성한다고 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한국의 남부 기후가 아열대화 되어 가면서 고흥이 타 지역에 비해 커피 재배에 상대적으로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고흥의 연평균 기온은 13도입니다.


고흥군은 2012년에 상업 목적의 커피 농사를 시작했는데요. 현재 14농가에서 1.7㏊ 규모로 짓고 있는 커피농사를 오는 2020년까지 40여 농가 10㏊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고 19일 밝혔습니다. 지난 해는 커피체리를 포함해서 총 500kg을 생산했다고 밝혔는데요. 커피 농업의 통계를 역으로 산출해보면 생두 약 90kg에 가까운 양을 수확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커피의 재배 이후 수확량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4-5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2016년과 2017년에는 보다 많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내년의 재배 예상량은 2톤인데 같은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약 360kg으로 통상적인 bag 단위로 봤을 때 4bag에 불과한 매우 적은 수량입니다. 고흥에서 이번에 수확한 90kg에 가까운 생두를 커피산업에서 준수한 품질로 거래되는 생두의 거래 가격으로 환산해봐도, 14개 농가에서 수확한 커피의 총액은 약 100만원에 불과합니다.




<첨부한 사진은 중국 운남성의 커피 농장>


사실 고흥 외에도 제주와 강릉 등 다양한 곳에서 커피 재배는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상업적 목적(수확한 생두 판매를 주 수익으로 하는)을 충분히 이루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은 커피 재배를 관광사업화하고 커피 묘목을 판매하는 것을 제외하고, 본질적인 의미에서 생두를 수확해서 판매하는 것이 주 수입이 되는 커피 산업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2010년에는 제주에서 첫번째 커피 수확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제주에 직접 내려가 확인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우수한 맛을 가진 커피의 재배가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해발고도 500m 이하에서 스페셜티라고 부를 수 있는 품질의 생두가 재배된 적은 없을 정도로 품질에 대한 기대를 선뜻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고흥은 최고봉인 천등산이 해발고도 554m로 커피 재배에 절대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커피는 떼루아가 만들어내는 생두의 특성과 단단한 밀도, 정교한 가공 등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따뜻한 적도 인근 지역에서 고도가 적절히 높아서 재배온도가 유지되고, 안개가 적절한 일조를 조절해주는 상황에서의 기온 편차에 의해 생두가 탄생하는 것이죠.




다행히 이미 고흥군에서 재배한 커피를 샘플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맛을 본 지인의 말을 통해 잠재성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다만 국산이라는 흥미가 이끌어내는 관광 상품화를 넘어서서 품질로 당당히 인정 받을 수 있는 본격적인 커피 산업으로의 가능성은 여전히 쉽게 긍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관광산업에 집중한다고 하더라도 수확 이후 철저한 핸드픽과 크기별 분류 및 기타 가공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소홀히 한다면 자칫 저품질 국산 관광상품 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고흥군이 지나치게 독자적으로 기술연구를 하기 보다는, 이미 이런 영역에 상당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국내/외 커피업계에 충분한 도움을 받아, 비록 재배고도는 낮더라도 가능한 최선의 품질로 고흥군 커피농장이 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