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공간

더이상 쓰지 않은 내일의 커피를 꿈꾼다. 대학로_내일의 커피

Coffee Explorer 2014. 11. 28. 00:08


카페를 소개하는 건 나름 오랜만이죠? 오늘 소개할 곳은 대학로에 위치한 내일의 커피에요.

'내일의 커피'라...왜죠? 왜 일까요?


사실 그 분들께 왜인지 묻지 않았어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고 싶었거든요.

그런 것 있죠? 고등학교 때 문학 작품을 보면서 선생님이 막 이런 저런 상징에 대한 설명들을 풀어놓아 주시는데, '진짜로 작가가 저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지었을까?' 궁금할 때가 있잖아요.


'작가는 그냥 별 생각없이 그냥 쓴 것 같은데...' 싶을 때가 있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해설은 나름의 일리가 있어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거죠. 한번 그런 저의 상상을 펼쳐보고 싶었어요. 마음 껏-


그래서 무슨 뜻이냐구요? 처음부터 알려드리면 재미없으니 좀 더 소개한 뒤에 말하면 안될까요? ^^





내일의 커피는 동숭동에 위치하고 있어요. 마로니에 공원방송통신대학교의 사잇길로 걸어가다 보면 만날 수 있답니다.





건물 윗 쪽에 간판을 발견하고선 '저 곳이구나-' 생각했는데요. 쇳대 박물관이라고 하는 큰 건물을 살짝 지나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눈에 아주 잘 띄는 곳은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로고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노래가 있죠?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저와 비슷한 타이밍에 같은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면 여러분은 어느새 저와 동화되신 걸지도 몰라요. 하하-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커피의 가격은 저렴한 건 4,000원, 보통 음료는 5,000원, 조금 비싼 커피는 6,000원짜리도 있더군요.






내부의 느낌은 대략 이래요. 어둡지는 않고 밝은 편인데, 또 너무 화려하지는 않아서 적절히 정감있죠. 아직 오픈하고 긴 시간이 흘러가지는 않았기 때문에 가게 내부는 참 깨끗한 편이었어요.






저는 이 쪽 벽면이 뭔가 참 아기자기 하면서도 푸근한 것이, 어린 시절 운동회 생각도 좀 났구요. 타일로 마감된 벽면에 새겨진 무늬들이 귀여워서 마음이 밝아지더라구요.






앗! 근무하시는 분들을 보니....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곳은 사실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난민(Refugee)'들이 함께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랍니다. 정치나 전쟁 등 각자의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서 모국을 떠나야 했고, 이제는 더 이상 모국을 밟을 수 없는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죠.


모국을 떠나는 순간 그들은 '내일(Tomorrow)'을 꿈꿀 수 있었을까요? 얼마나 막막한 마음으로 그들의 고향을 떠났을까요? 이제는 '내일'뿐 아니라 '내 일(My job)'이 생겼군요.


내일의 커피는 와디즈라고 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뜻을 모아 출발한 참 멋지고 아름다운 마음이 잉태한 공간입니다. 혹시 잠시 시간을 내서 내일의 커피에 대한 영상을 보실 수 있는 분이라면 아래 동영상을 재생해보세요.










좀 더 편안한 마음, 따뜻한 눈으로 이들의 소개를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쓰지 않을거야

인생도 커피도


그래야 하지 않나요?

물론 인생에는 몹시나 쓰디쓴 순간들이 존재하죠. 어떤 때는 '그래 늘 쓰지만 않으면 괜찮아'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버텨야만 하는 삶의 지점들이 있거든요. 그런 순간에도 우리는 기대의 끈을 놓을 수 없죠.


그래도 늘 죽을만큼 쓰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거에요. 우리에겐 내일이 있으니깐요. 내일에도 해는 뜰테니 밤새 얼어붙은 마음에 햇살을 쬐일 수 있잖아요.






이 곳의 대표님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러 곳에서 커피를 배우는 등, 커피에 대한 열정을 물론 겸손하고 젠틀한 매너까지 갖추셨어요. (그러나 유부남 ^^) 커피 내리는 방법/도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 사진만 보고도 '어디 어디서 영향을 받으셨구나'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카페를 둘러보며 마음이 훈훈했던 것 중 하나인데요. (아마도)온/습도가 조절되는 보관함에 원두들을 잘 담아두셨더라구요. 카페 중에 원두를 이렇게 보관하는 따뜻하고 꼼꼼한 마음 씀씀이가 있는 곳이 많지 않거든요. 내일의 커피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하나 쿵 남겨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






대표님과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마음이 가까워지고, 분위기를 훈훈해지고, 무려 커피는 3잔이 준비되었죠. 핸드드립 커피들은 세 가지 타입이에요.






A. 달큰한 드립

B. 향기가 풍성한 드립

C. 쌉쌀한 드립 .


아마도 제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들은 대부분 B 스타일을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긴하네요. 전반적으로 드립의 농도는 약간 연한 편이랍니다. 이 곳에는 대표님과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들이 함께 바리스타로 일하는데요. 대표님의 커피 만드는 테크닉에 비해 친구들의 테크닉이 조금은 부족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저는 참 마음이 훈훈한 시간이었답니다.

아프리카에서 온 생두로
아프리카의 바리스타가 만든
아프리카의 내일을 위한 커피랄까요.





카페라떼까지 마지막으로 마시게 되었는데요. 커피의 맛이 강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우유의 고소하고 단 맛에, 쓰지 않은 커피의 구수한 맛이 살짝 올라가서 슬쩍 연한 느낌의 카페라떼가 만들어졌답니다.






매장에는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는 듯 해보이는 예쁜 그림으로 만들어진 엽서도 전시되어 있구요. 이 엽서는 디자이너님이 바리스타 중 한 분을 보고 그린 거라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참 의미가 있었보였던 것들은 여기에 있는 포스터,

그리고...






쿠션에 있는 무늬 보이시나요? 바리스타님 중 한 분이 그린 무늬를 디자이너를 통해서 다듬고 매장 내 여러 곳에 적용했는데요. 컬러풀한 색감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아서 바라보고 있는 내내 마음이 참 편했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나 이 머그였네요. 저도 이렇게 득템!


이 머그가 참 예뻐서 얼마 전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을 때에도 참 많은 '좋아요'을 얻었던 것 같아요.

혹시나 잘 하면 애독자분들께.......

음. 아니다. 일단 말을 아껴야지. ㅎㅎ




제가 자주하는 이야기지만 착취의 산물이었던 과거의 커피는, 여전히 오늘도 사회 곳곳에서 고통을 만들어내는 지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한국 사회 내부에서는 바리스타들의 처우 문제, 전 지구적으로는 불공정거래의 오명을 얻고 있죠. 한번 생각해봅시다. 이제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야할 '내일의 커피'에 대해서.


내일의 커피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너무 커피의 맛에 집중하기 보다는, 커피와 함께 살아왔고 살아갈 우리들의 모습에 우리가 조금은 더 관심을 가져봤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어떤 내용이어도 좋으니 답글 하나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일의 커피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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