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생각

고고 설악! 고고 대청!

Coffee Explorer 2014. 8. 8. 11:33

입추를 지나는 까닭인지 오랜만에 만나는 청명한 하늘을 보다 문득 다시 산이 떠오른다. 엇그제 지리를 가려다 대피소 예약 때문에 계획을 내려놓고, 설악 마저 그래야 했는데 왠지 모르게 다시 대피소 예약 페이지를 띄우고 싶다.


'예약 가능!' 검색 결과를 보며 재차 확인을 한다. 개중에서도 대청봉 바로 아래여서 가장 인기많은 중청에 예약이 가능하단다. 잠시 코스와 버스편을 검색해서 오늘 내로 중청에 도착할 수 있는지를 확인, 당일 예약 가능창이 닫히기 11분 전 결제를 완료했다. 

한동안 먼지가 쌓여가던 배낭을 꺼낸다. '이 녀석과 몇 개 나라를 함께 했던가..' 속속들이 필요한 물품들이 꼬리를 문다. 등산 스틱과 등산화도 오랜만에 수납장에서 고개를 들이민다. 환상의 타이밍으로 엇그제 집으로 배송 온 2,900원짜리 등산복이 배낭 안으로 던져진다. '여권(?)은 필요없지! 하하-'

동서울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낙넉하다 싶은 찰나, 아차! 아직 세면조차 못했다. 때마침 어제 짧게 자른 머리가 도움이 된다. 세수와 머리를 감는데 겨우 2분이면 족하다. 어느 정도 꾸려진 배낭을 저울 위에 올려본다. '금새 7kg을 우겨 넣었구나.' 가볍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다. 작년 안나푸르나를 오를 때는 23kg이 아니었던가. I can fly~

그래도 가방을 매고 집을 나가려니 몹시나 허전하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5분, 몸은 자동으로 움직여 짐을 꾸렸는데 지난 1년 간 꼼짝않고 도시에 갖혀 지내던 멘탈이 문제다. 휴대폰 마냥, 여행자모드로 변경하는 일종의 진동이랄까.

집 앞 슈퍼는 휴가를 마치고 오늘 문을 열었나보다. 물티슈, 다이제스티브, 참치캔, 간단한 요기거리를 주섬거려 계산대에 올린다. 6,600원. 꽤나 합리적인 쇼핑이었다며 수긍하는 순간 혼자서 빵 터진다. '너 왜 그러니?'

산을 가고자 했던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오늘 기상시 까지만 해도 당장 어디로 떠날지까지 상세히 계획된 건 없었다. 오히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석형과 함께 제주에 내려갈 궁리까지 하지 않았던가?

나는 지금 산에 간다. 화창한 여름 날에 설악에 간다. 군 시절 매주 전투체육으로 뛴걸음으로 다녀오던 백담사가 있는 설악에 간다. 제대 이후 10년 만이다.

배가 고프니 동서울터미널에서 표를 끊자마자 밥을 먹어야겠다.
밥은 언제나처럼 생존을 위해서.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