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생각

5.16 정신을 기리는 으리(?)의 식혜.

Coffee Explorer 2014. 5. 18. 19:46


한 배우의 으리(의리) 컨셉 광고로 인해 비락 식혜의 인기가 뜨겁다. 한 신문 기사에 의하면 광고 전후 해당 제품의 매출이 50% 가까이 차이가 난다니 참 놀랍다. 한편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구석이 있다. 비락 식혜를 만든 팔도, 그리고 한국 야쿠르트라는 회사 때문이다.


과거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리얼리스트의 아침
2013.05.21.210
 '5·16정신' 기리는 야쿠르트, 드실 겁니까
 최규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싶었던 5·18광주민주화운동마저 거센 반동의 바람을 타고 훼손되고 있습니다. 극우 사이트가 앞장서고 종합편성채널이 설치더니, 정부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하면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했습니다. 역사는 역시, 노력 없이 앞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5·18을 둘러싼 논쟁들이 지난 주말을 전후로 한창 뜨거웠지만, 저는 그보다 며칠 앞에 한 번 더 놀랐습니다. 그것은 ‘5·16민족상’의 존재를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벌써 48회째. 이 상은 1966년 3월 24일, 당시 대통령 박정희가 초대 총재를 맡고 김종필이 초대 이사장이 돼 만든 ‘재단법인 5·16민족상’에서 시상해왔습니다. 박정희가 직접 쓴 재단 창립취지문에는 “5·16은 오랜 혼미 속에서 민족의 진로를 옳은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시발”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진취적인 발전을 억누르는 모해와 시기가 적지 아니 편재”한다며, “조국근대화의 밑거름이 되어 묵묵히 쉬지 않고 일하고 있는 수많은 숨은 일꾼들”을 위한 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이사장 역시 “5·16혁명의 정신과 이념을 바탕으로 참다운 국가건설의 숨은 일꾼들을 발굴”하는 것이 이 상의 목적이라고 당당히 밝혔습니다. 세상에! 총칼로 정권을 뺏고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하루아침에 군홧발로 짓밟은 군사쿠데타를 대놓고 ‘혁명’이라 부르며, 그 정신을 기리는 상을 48년째 당당히 시상해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재단 누리집에 떡하니 올려둔 이들의 글을 보니 정말 탄식이 터져나옵니다.
학술, 예술, 교육, 사회, 산업, 안전보장 등의 부문으로 나눠 매년 시상하는데, 특히 ‘안전보장’ 분야에 우리가 알 만한(?) 수상자들이 많습니다. 2012년 고엽제전우회, 2011년 박세환 재향군인회 회장, 2010년 오윤진 해병대전우회 고문, 2009년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2005년 재향군인회, 2004년 이도형 한국논단 발행인, 1997년 박홍 서강대 명예총장. 이렇게 보니 어떤 사람들에게 주는 상인지 확실히 알겠습니다.
수상자 상금은 각 3000만 원. 이 돈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누리집에 자랑(?)된 기부금 현황에도 낯익은 기업의 이름들이 보입니다. 1990년대 이전에는 현대, 삼성, 대우 등 대부분의 재벌 기업에서 최고 1억 원까지 골고루 기부한 바 있네요. 그 이후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한국야쿠르트입니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17차례에 걸쳐 윤덕병 회장의 이름으로 모두 7억65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어온 기부금 합계가 22억여 원이니,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액수입니다. 윤덕병 회장이 5·16 직후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경호실장이었다고 하니, 이유는 알 만하네요.
5·16민족상이라는 이름에 놀라고, 그 상을 만들고 받아온 사람들에 다시 놀랐습니다. 2013년 5·16민족상 산업부문 수상자는 윤홍근 제너시스 BBQ그룹 회장이랍니다. 최근에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가 대리점에 대한 횡포로 불매운동을 자초하고 있다 하죠. 쿠데타를 기리는 상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회사와, 그 정신을 잘 받들었다고 상을 받은 회사. 요구르트와 통닭을 먹을 때도 기억하고 피해야 할 이름이 생겼네요.

 

출처 http://www.realist.kr/index.php?query=realmorning&numerals=4837





그리고 아래의 내용은 당시 5.16 민족상 홈페이지의 화면을 직접 캡춰하여 저장한 것이다.





日  字出  捐  者金   額備   考
1966. 3.總  裁  朴  正  熙10,000,000 
1966. 6.篤志家(匿名)18,000,000 
1967. 1. ~ 1969. 5.理事長  金  鍾  泌101,000,00036回
1969.  6.總   裁  朴  正  熙200,000,000 
1971.  6.總   裁  朴  正  熙50,000,000 
1975.  5.(株) 眞露      張 翼 龍100,000,000 
1978.  1.盛光化成(株) 潘 琪 錫10,000,000 
1979.  3盛光化成(株) 潘 琪 錫10,000,000 
1980.  6.盛光化成(株) 潘 琪 錫15,000,000 
1979.  6.(經團)  現代  鄭 周 永100,000,000 
三星  李 秉 喆30,000,000 
大宇  金 宇 中20,000,000 
韓進  趙 重 勳20,000,000 
럭키  具 滋 暻10,000,000 
國際  梁 正 模10,000,000 
롯데  辛 格 浩5,000,000 
雙龍  金 錫 元10,000,000 
코롱  李 東 燦10,000,000 
東亞  崔 竣 文10,000,000 
曉星  趙 洪 濟10,000,000 
大林  李 載 濬10,000,000 
韓國火藥  金 鍾 喜10,000,000 
三美社  金 斗 植10,000,000 
三扶土建  趙 鼎 九10,000,000 
錦湖  朴 仁 大10,000,000 
韓國유리  崔 泰 涉5,000,000 
進洋  梁 圭 模5,000,000 
泰和  金 允 基5,000,000 
1993.  3.總  裁  金   鍾   泌200,000,000 
1998. 11.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10,000,000 
1999. 11.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10,000,000 
2000.  8.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5,000,000 
2002. 11.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20,000,000 
2003. 12.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20,000,000 
2004. 12.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20,000,000 
2005. 12.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20,000,000 
2006. 10.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50,000,000 
2007.  8.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100,000,000 
2007. 10.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100,000,000 
2007.  1.篤志家(匿名)18,438,481 
2007. 12.篤志家(匿名)12,860,007 
2007. 12.篤志家(匿名)8,201,512 
2008.  5.柳 琦 諪 (삼화출판사)50,000,000 
2008.  6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50,000,000 
2009.  5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60,000,000 
2009.  5주식회사 포스코90,000,000(협찬금)
2009.  7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30,000,000 
2010.  1(주)지앤제이 코리아10,000,000 
2010.  4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60,000,000 
2010.  6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90,000,000 
2010.  9(주)우주테크1,000,000 
2010.  10흥안실업(주)500,000 
2010.  11흥안실업(주)500,000 
2011.  2(주)중앙고속3,000,000 
2011.  3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60,000,000 
2011.  4정 봉 화10,000,000 
2011.  5.鄭 崇 烈18,680,000 
2011.  5.徐 廷 珍28,680,000 
2011.  5.(株)日星100,000,000 
2011.  6.(주)셀트리온홀딩스50,000,000 
2011.  10.(주)에이치엔씨개발2,000,000 
2011.  12.세영유통499,087 
2012.  2.세영유통939,928 
2012.  3.세영유통548,746 
2012.  5.韓國야쿠르트(株) 尹 德 炳60,000,000 
2012.  5.金 明 烈28,680,000 
2012.  5.합동에너지(주)30,000,000 
2012.  7.吳 承 雨서양화(독도2005)1점현물기증
合     計2,233,527,761원 

출처 : http://www.516naf.or.kr/client/info/info6.asp


위의 출처에서 가져왔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해당 사이트에서 페이지는 삭제되었다.

얼마 지나서 해당 페이지는 수정을 거쳐 다시 공개 되었다.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근 식혜 CF가 네티즌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일부가 한국 야쿠르트의 5.16 민족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자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곧 언론사를 통해 팔도가 한국 야쿠르트와 법인을 분리했다는 과거의 소식을 다시 전해기 시작했다.





출처 : http://www.newspim.com/view.jsp?newsId=20140508000239



그러나 이러한 법인의 분리는 5.16 정신을 기려왔던 한국 야쿠르트에 대한 팔도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아래의 기사는 뉴데일리라는 곳에서 '팔도 오너 '이기적 경영' 적자회사서 31억 '황제배당'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2014년 4월 25일자 기사이다. 기사에 따르면 팔도는 한국야쿠르트의 지분 40.83%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라고 한다. 게다가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의 아들인 윤호중 전무는 팔도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출처 http://biz.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0035254


간단히 말하면 5.16정신을 기려온 한국 야쿠르트의 모회사인 팔도가 으리(의리?)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화제 CF의 주인공인 김보성씨는 이런 인터뷰를 언론사와 나누었다.



“하하하! 무조건 감사할 따름이다. 식당에 가거나 길을 걷다가도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의리’를 외쳐준다. 개인적으로 ‘의리의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말해왔다. 이전에는 순수한 마음이 전달되지 않은 채 허세를 부린다고 오해하거나 코미디라며 웃는 분들이 많았다. 이제는 (내 마음이)왜곡되지 않고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뿌듯하다. 무엇보다 정의로운 시대에 대한 대중의 열망과 염원이 커졌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출처 : http://sports.donga.com/3/all/20140515/63511930/3




김보성 그는 5.16에 대해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가 말하는 '정의'의 관점에서 5.16는 정의로왔는가? 


인터넷에 아무리 '으리'시리즈가 유행한다고 해도, 내가 사먹은 돈의 일부가 5.16 정신을 기리는 것에 사용된다는 것을 나는 참을 수가 없다. 컨셉에 불과한 으리는 결코 의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