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를 말하다

커피와 구조감

Coffee Explorer 2023. 7. 24. 23:18

간혹 커피 향미에서 ‘구조감’, ‘구조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저는 다소 모호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기본적으로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고, 향미 표현 역시 소통을 위한 일종의 약속입니다. 커피의 향미 평가에 있어서 구조감이라는 것은 아직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구조감이라는 표현은 와인 테이스팅에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레드 와인에서 ‘구조’라는 표현은 “구조가 탄탄하다.”, “구조가 좋다.” 정도로 사용됩니다. 특히 산도나 탄닌이 충분한 경우 단단한 구조감을 가진다고 말하는데, 당도와 알코올과 함께 이런 요소들은 와인의 장기 숙성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와인에서 사용하는 구조감이라는 단어와 의미 그대로를 커피 시음에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커피를 만들고 마시는 과정에서는 와인과 같은 장기 숙성은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장기 보관과는 거리가 멀지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과정에서 온도가 식어가면서도 커피의 향미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할 수는 있습니다.

 

커피 맛의 뼈대에 해당하는 것은 산미와 바디, 후미, 플레이버 등일텐데요. 좋은 산미가 충분히 있고, 바디를 비롯한 모든 특성이 단지 조화롭다면 이런 특징은 밸런스라는 항목을 통해서 충분히 표현이 가능합니다. 커피 맛의 뼈대가 추출 직후는 물론 시간이 지나고 온도가 어느 정도 낮아진 이후에도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 역시 밸런스가 좋은 것의 일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조감을시간의 흐름에 따른 밸런스 유지력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을 가지고 이런 표현의 적합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향미 표현은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새로운 개념을 무조건 거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구조감이라는 개념을 커피 테이스팅에서 사용한다면, 어떤 의미를 표현한 것이지 명확하게 말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명확한 소통이 가능해질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