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와 로스팅

스트롱홀드 : 엘살바도르, 라이트 로스팅

Coffee Explorer 2018. 3. 27. 09:28

라이트 로스팅에 대한 로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숙련된 라이트 로스팅을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로스터는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라이트 로스팅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미의 화려함은 분명 매력이 있는 것 같은데요. 스페셜티 커피의 로스팅은 추출과의 균형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생두의 개성을 잘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라이트 로스팅은 잘못하면 자극적인 신맛이나 너무 덜 발현된 향미 때문에 실패에 대한 우려가 항상 있기 마련인데요.


라이트 로스팅에서는 로스팅 총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지면서 원두가 균일하지 않는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부분의 로스팅 머신이 화력만 충분하다면 짧은 시간에도 물론 로스팅은 가능합니다. 문제는 균일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프로파일을 잡으면서 전도의 비중이 높거나 교반이 원활하지 않은 로스팅 머신이라면 다른 로스팅 머신에 비해서 총 시간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균일성이 떨어지게 되면 경우에 따라 조금 더 열을 받은 조직이 만들어내는 어두운 느낌과, 열을 조금 덜 받은 조직이 만들어내는 곡물 느낌+자극적 신맛이 합쳐져서 깔끔하지 않은 커피를 만들게 되는데요. 제가 사용해온 방식 안에서의 스트롱홀드 S7의 경우에는 짧은 시간 동안 로스팅을 하더라도 균일성의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은 열풍을 주요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생두의 표면 전체로 열을 전달 받기 때문인데요. S7을 이용한 라이트 로스팅에서 저는 균일성 향상(생두 간의 복사와 전도)을 위해 800g 이상의 생두를 투입하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저도 실험적인 라이트 로스팅을 시도해봤는데요. 엘살바도르 생두를 800g 이상의 배치 사이즈로 다양하게 볶아보았습니다. 우선은 해당 생두가 어느 정도까지 라이트 로스팅을 해도 될지 판단을 해보고, 나중에는 비 전형적인 프로파일로 라이트 로스팅을 하는 순서로 이번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0. 생두 : 엘살바도르 베르티엔테 내추럴(El Salvador Vertiente SHG Natural)


엘살바도르는 과테말라, 온두라스와 국경을 접하는 중미에 위치한 작은 나라로 넓이는 고작 21,0417㎢로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보다 조금 작은 크기입니다. '구세주'라는 뜻의 나라 이름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시절, 가톨릭의 영향으로 지어진 것입니다.[각주:1]


이런 작은 땅에는 활화산이 23개나 있기 때문에 화산의 나라라고 불릴 만도 한데요. 설마 화산토 덕분에 스파이시한 커피 맛이 난다는 설명을 이제는 누구도 하지 않겠죠? 화산재 속의 다양한 유/무기물은 토양 속에서 땅을 기름지게 하기 때문에, 커피 농사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Lighttells 사의 커피 수분/밀도계로 측정해보니 수분 10.1%, 밀도 796g/L가 나왔는데요. 생두는 결점두의 비중이 적은 편이었고, 로스팅 전에도 아카시아 꽃이나 꿀에서 나는 단 향을 상당히 진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생두 수입사에서는 커핑 노트를 다음과 같이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 라즈베리, 블랙커런트, 블루베리, 귤, 과일의 아로마





1. 디그리(Degree)를 낮춰가며 테스트 로스팅


처음 세 번의 로스팅은 조금 높은 디그리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순차적으로 배출 포인트를 낮춰가는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어느 정도 낮은 로스팅 정도에서까지 먹을 수 있는(?) 커피일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의 로스팅을 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 투입 온도 : 202 / 170도

- 생두 투입량 : 850g

- 배출 : 185.1도

- 총 로스팅 시간 : 08:43

- 아그트론 : 63.5 / 83.0 (Lighttells CM-100을 이용하여 측정)

- 1차 크랙 : 174.8도 (05:55)

- DTR : 28.2% (온도 상승 10.3도, 02:43, 아래 첨부한 프로파일에서는 1차 크랙 지점을 잘못 설정해서 수치 차이가 약간 있습니다.)


2)

- 투입 온도 : 202 / 171도

- 생두 투입량 : 850g

- 배출 : 177.9도

- 총 로스팅 시간 : 07:52

- 아그트론 : 73.5 / 95.6

- 1차 크랙 : 176.0도 (06:52)

- DTR : 12.7% (온도 상승 1.9도, 01:00)


3)

- 투입 온도 : 200 / 170도

- 생두 투입량 : 850g

- 배출 : 176.3도

- 총 로스팅 시간 : 08:10

- 아그트론 : 76.0 / 102.0

- 1차 크랙 : 174.9도 (07:20)

- DTR : 10.2% (온도 상승 1.4도, 00:50)



*1) 로스팅에서 충분히 먹기에 괜찮은 원두를 얻었기 때문에 2), 3) 에서는 훨씬 과감하게 로스팅 디그리를 낮췄습니다. 2) 는 신맛과 단맛을 기대할 수 있는 향의 강도가 조금 더 올라왔고, 곡물의 느낌도 조금씩 느껴졌습니다. 3) 로스팅에서는 신맛을 기대할 수 있는 향기는 그대로 있었지만, 단맛을 기대할 수 있는 향의 강도가 약해지고 곡물의 느낌이 제법 강한 편이서 대부분의 로스터가 '언더 로스팅'으로 인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참고 프로파일 (순서대로)





2. 소킹(Soaking)을 통한 라이트 로스팅


앞서 에티오피아 코체레 커피 로스팅 게시물에서 소킹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생소하신 분은 해당 게시물을 먼저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스트롱홀드 : 에티오피아 코체레의 로스팅


소킹에 대해서는 저 역시 아직 경험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완성된 프로파일을 찾아서 공유한다기보다는, 저는 이런 식으로 시도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정도에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

- 투입 온도 : 200 / 170도

- 생두 투입량 : 820g

- 배출 : 180.1도

- 총 로스팅 시간 : 08:50

- 아그트론 : 70.7 / 93.6

- 1차 크랙 : 174.0도 (08:17)

- DTR : 6.2% (온도 상승 6.1도, 00:43)


2)

- 투입 온도 : 211 / 171도

- 생두 투입량 : 820g

- 배출 : 177.4도

- 총 로스팅 시간 : 09:29

- 아그트론 : 75.8 / 94.6

- 1차 크랙 : 172.0도 (09:03)

- DTR : 4.6% (온도 상승 5.4도, 00:26)



1) 프로파일은 투입 화력을 3/9로 주고 2분 30초 시점에 10/9로 화력을 바꿔서 로스팅한 것입니다. 2) 프로파일은 소킹의 시간을 훨씬 더 길게 4분여 가진 이후 10/9의 화력으로 로스팅하다가 극단적으로 이른 시점에 배출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커피의 분쇄 색상은 거의 비슷했지만, 홀빈의 색상은 2)가 더 어두운 편이었는데요. 테이스팅을 통해서는 두 커피의 차이가 두드러지지는 않았습니다. 홀빈 상태에서 외부에 존재하던 커피 조직은 분쇄 이후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데 있어서, 전체 표면적에 비해 큰 비중이 아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훨씬 중요한 것은 분쇄 후의 색상인데요. 다만 이렇게 평균적인 색도만 측정할 것이 아니라 컬러트랙 등의 장비를 이용해서 색도의 분포를 살펴본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프로파일(순서대로)




정리하며


이번 로스팅에서는 테이스팅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은데요. 라이트 로스팅을 위해 극단적인 디그리를 선택하면서 대부분 자극적인 신맛과 곡물의 향이 많았고, 좋은 로스팅의 예로 제시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프로파일의 유형을 참고해서 다음번 로스팅에서 실패의 확률을 조금은 낮출 수 있게 로스팅을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사용한 엘살바도르 베르티엔테 내추럴 생두에 대해서는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는데요. 생두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기는 정말 매력적이었고, 로스팅 중간 일부 구간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실험을 위한 로스팅을 하다보니 최종적으로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물을 얻지 못해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생두 수입사의 커핑 노트 중에서는 블랙커런트와 블루베리에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 로스팅 중에서 1-1 프로파일이 가장 밸런스가 좋은 커피를 만들어냈는데요. 최종 상품으로서의 커피를 다시 한번 로스팅을 해야 한다면 해당 프로파일을 수정해서 사용할 것 같습니다. 1-1에서 1차 크랙 이후 2분 40여초의 디벨롭 시간을 가졌는데, 단 향을 중심으로 로스팅할 때는 3분까지 디벨롭 시간을 늘리고, 화사함을 더 강조하고 싶다면 디벨롭 시간을 2분 20초 정도로 가져갈 것 같습니다. 공유해드린 내용을 참고해서 여러분만의 커피를 로스팅해보셨으면 합니다. 좋은 결과물이 있다면 답글로 공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글/사진 : 커피찾는남자(Coffee Explorer) 에디터


  1. http://www.hankookilbo.com/v/c96baed837264f2aa369776c27cde8a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