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에스프레소, 무슨 맛으로 먹나.

Coffee Explorer 2013. 12. 8. 18:37

태어나서 에스프레소를 처음으로 마시는 사람 중에 '맛있다'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맛있다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까 싶다.


자연 상태에서 에스프레소와 같은 농도의 물질을 음용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에 대한 생체의 거부 반응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구나 자연계에 쓴 맛으로 존재하는 것은 대부분 독성 물질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과거 에스프레소에 약간의 단 맛과 쓴 맛이 위주였던 시기에는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를 즐겼던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1차적인 맛에 이끌리지 않아도 선호하게 되는 다른 것들이 소수 존재하는데 커피가 가장 대표적인 것 같다. 아마도 커피는 쓴 맛을 가졌기에 본능적인 '독'에 대한 방어기재가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독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과 지식을 통해 알고 있고, 그 효능과 좋은 향기에 이끌려 커피에 점차 적응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는 대부분 크레마 위에 설탕을 올려서 마지막에는 캐러멜처럼 쫀득한 설탕 시럽을 마시는 것으로 그 맛의 향연을 마무리 했었다. 오늘 날의 에스프레소는 커피 자체가 가지는 향미와 단 맛으로도 이미 즐길 만한 향미의 결정체를 응집할 수 있는 편이다.


그 농도가 극히 비자연적인 상태이긴 하지만 자연상태에서도 벌에 의해 응집된 맛은 내는 '꿀'등이 있기는 하다. 에스프레소와 같은 농축액이 가지는 독특한 것은 상대적으로 비 농축된 것에 비해 강렬한 향미를 가진 것이 최대의 특징일 것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역시나 에스프레소와 같은 농축액으로만 가능한 다양한 변이 음료 제조의 가능성이 아닐까.







어제 오랜만에 광화문을 지나며 마셨던 한 잔의 에스프레소는 상당히 나의 마음을 만족시켜주었다.


자극적인 신맛, 뒤따라오는 쌉싸름한 보리맛, 입 안에 남는 다클 초콜릿 애프터 테이스트, 물에 희석시켜 마실 때에는 나무같은 느낌이 강했던 녀석들이 에스프레소로 먹으니 쫀득하게 응축된 향기들을 강하게 내뿜는다.



아! 이 커피는 원래 에스프레소나 리스트레또를 위해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다. 적당한 숙성..

그러나 여전히 내 취향에 약간은 거친 맛이다. 나는 좀 더 실키한 에스프레소를 원해!


그래도 폴바셋에서 매번 리스트레또로 마시던 것을 오늘 특별히 에스프레소로 바꾸어 주문한 것이 꽤나 만족스럽다. 오랜만에 커피가 부른 날, 그런데 배는 고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