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생각

2014 서울카페쇼를 되돌아보다.

Coffee Explorer 2014. 11. 29. 00:46


어쩌면 지금이 아니면 이러한 글을 다시 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이번 서울카페쇼를 마치며, 한켠에서 왜인지 모를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왜 였을까요? 그 이유들을 차분히 한번 돌이켜 보려고 합니다.






서울 카페쇼는 2002년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2014년 서울카페쇼에는 이번 국내외 커피 관련 기업과 전문가, 일반 관람객 등 12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다 참관객수를 갱신했는데요. 아시아 최대의 커피 쇼를 넘어 이제는 명실상부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의 커피 관련 전시회가 되었습니다. 전시회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있어 전통적인 차원의 비즈니스, 즉 많은 거래들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시회가 사회 속에서 중요한 문화가 되어서 향후 1년 동안 더 큰 시너지로 해당 산업계에 충분히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서울 카페쇼에는 국내 최고의 바리스타를 뽑는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을 비롯해서 '마스터오브커핑', '커피트레이닝스테이션', '커피사이언스랩' 등이 부대행사로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특별히 이번 카페쇼에서는 국내외 커피인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 강연 '커피토크'(Coffee Talk)와 내년 커피 트렌드와 신제품을 소개하는 '체리스 초이스'(Cherry’s Choice) 등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뿐 아니라 19일부터 열린 '월드커피리더스포럼'에는 '커피산업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대응책'이란 주제로 UN산하 국제커피기구 로베리오 실바 위원장,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릭 라인하트 회장, 일리카페의 안드레아 일리 회장 등이 강연을 했습니다.






전시 산업에 있어서 전시의 규모가 커간다는 것은 분명하게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지표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반성이 필요한 지점도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들은 모든 부스들이 지나치게 대형화되어 간다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이런 부분들이 화려한 부스로 나타나는 것을 무조건 우려의 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과열 경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지나치게 소외되는 계층이 존재한다면 한번 되돌아 볼 필요는 있습니다.



저는 최근 수 년간 카페쇼를 꾸준히 방문해왔으며 특별히 2013-2014년에는 아주 구석까지 전체 부스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카페쇼'를 말할 때 사용하는 'Cafe'라는 단어의 의미는 단지 커피라는 음료를 말한다기 보다는, 분명 커피를 비롯한 음료를 즐기고 마시는 공간까지를 포괄하는 문화를 지칭하는 것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카페 산업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기들은 물론, 식자재들 역시 이 산업 속에서 균등하게 중요한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자체, 특히 그 시작점이 되는 커피의 산지와 생두에 대해 특별히 중요한 지위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과격히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카페쇼의 아이러니 중 하나는 '왜 커피 산지의 부스는 전체 카페쇼 중 가장 소외되는 것일까?'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 카페쇼 동안 제가 사귄 친구가 제럴드도 가장 소외되어 보이던 그들 중 한 명이었을텐데요. 물론 이 친구의 경우는 이번이 서울카페쇼에 처음으로 참여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준비가 너무나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제럴드와 달리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카페쇼에 나왔지만 조금은 심할 정도로 소외된 부스들이 제 눈에는 참 많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중 한국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영어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외국인이 직접 나온 부스를 방문하기 두려워하는 마음이 이런 소외된 부스를 만들어내는데 조금은 일조를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현대의 문화 속에서 자본의 논리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더 큰 돈을 내는 회사가 더 좋은 자리에 거대한 부스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전시회를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보자면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신자유적 무한 경쟁보다는 최소한의 적절한 조절 기능이 필요하다 봅니다. 예를 들어 적어도 전시회장 입구 부분에는 초대형 부스가 조금 거리를 띄우고 만들어져서 최소한의 시야 정도는 열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전시를 주최 혹은 주관하는 곳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저보다 깊은 차원의 고민을 하고 계실겁니다. 나날이 더 나아져갈 카페쇼를 응원하며 기대합니다. ^^






한편, 조금 작은 규모로 스페셜피 커피업체들이 모여있던 3층의 D홀은 커피 애호가들로 부터 가장 사랑을 받는 전시회장입니다. 이 곳에는 지나치게 돈으로 경쟁을 하지 않더라도 창의적으로 부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참관객들로 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곳에서도 은근한 경쟁들은 피해갈 수 없는 부분들일텐데요. 지나친 부스 만들기 경쟁은 자칫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와달리 하나의 부스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협업, 콜라보레이션 부스를 운영하는 곳들도 돋보였는데요. 에스코픽이나 카페유니온같은 협동조합은 물론이고 라 마르조코가 다양한 젊은 커피 회사들에게 시연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 보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한편, 참가사와 참관객의 상호작용을 더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늘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비롯해서 전시회 이후에도 각 전시업체들과 참관객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들이 창의적으로 기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본래 전시회에는 볼거리가 많아야 정상인데요. 식음료, 특히 커피의 경우에는 감상하기 보다는 음미하는 방식으로 소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음'이라는 형식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시음에만 회사들의 역량들이 집중되는 반면 전시되는 물품들의 독창/다양성이 사라진다면, 카페쇼는 그냥 평소에 한자리에 만날 수 없던 커피 회사들을 만나고 공짜 커피를 얻어 마시는 행사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 조금은 더 볼거리가 생겨서 전시적 만족이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 볼거리가 단지 돈을 많이 사용해서 대형 부스를 만드는 것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앤트러사이트의 '전시'는 조금 앞서간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전시'다운 면모를 독창적으로 표현한 얼마되지 않은 스페셜티 커피 회사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2014 서울카페쇼를 통해서 참 좋은 경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너무나 많은 추억이 남았기 때문에 2015년 카페쇼에는 더 많은 기대들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기대의 표현 중 하나로 이 글을 남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