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콜롬비아 엘 파라이소와 가향 논란

Coffee Explorer 2020. 3. 30. 14:40

 

콜롬비아 엘 파라이소. 2018년 COE 콜롬비아에서 10위에 올랐지만, 1위보다 비싸게 낙찰되었던 당시의 커피를 커피미업을 통해서 브루어스컵 백룸에서 경험했던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기존의 커피에서 경험해본 적 없는 전혀 다른 독특한 향미였으니 말이죠.

 

대회 이후에도 커피미업의 생두를 직접 로스팅 해보기도 하고(맛있었습니다), 2019년에도 리브레 등이 수입한 생두를 제가 로스팅하거나, 다른 사람의 원두를 다양한 자리에서 맛봤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방식의 커피에 조금 익숙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에 제게 엘 파라이소는 그리 매력적인 커피는 아닙니다. 남들이 극찬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랬던 적이 있었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엘 파라이소에 대한 가향 논란이 계속 나오던데요. 저도 현재 수입사 대표님께 직접 여쭤봤습니다만, 정확하게 아니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생산자와 수입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그들이 하는 말을 믿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다시 이야기해보기로 하죠. 현재 시점에서 엘 파라이소 커피의 향미에 대해서는 생산자가 밝힌 '배양 효모’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배양 효모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맥주나 와인에서는 흔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니 문제될게 없다, 커피에서 만큼은 그런 정도의 인위적(?) 작업을 하지 않았던 것이 고유의 매력이다, 어차피 커피 농장의 공기 중에 돌아다니는 효모를 조금 더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것인데 그게 무슨 문제냐, 지극히 인위적인 농업과 그 결과물을 열로 가공하고 추출하는 인위의 극치가 커피다,, 등등

 

흥미로운 것은 작년 카페쇼 때에도 상당히 큰 회사의 생두 디렉터들과 대화를 했는데, 엘 파라이소에 대해서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눈치더군요. 엘 파라이소와 같은 커피를 세계 커피 산업이 어떻게 정리하고 받아들일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배양 효모를 사용한 새로운 커피의 카테고리가 열리거나, 한 때의 흥미로운 시도로 지나가거나, 아주 혹시나 언젠가 사기극으로 밝혀질지도 모르죠. 어쨌거나 아직까지 엘 파라이소는 매우 유니크한 커피입니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추적 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인데요. 생두의 프로세스 영역은 아무래도 신 기술이다보니 나인티플러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농가에서 어쩔 수 없이 감추는 편입니다. 이런 부분은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퍼져가면서 차차 개선될 부분이겠죠. 엘 파라이소에서 사용한 원 재료인 생두과 과거에 비해 외관으로 봤을 때 잘 관리되지 않았다는 느낌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배양 효모를 사용하더라도 생두 자체의 품질 기준이 낮아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개인적 취향으로 저에게 엘 파라이소는 재미있는 커피지만, 맛있는 커피는 더이상 아니더군요. 몸이 거부감을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특유의 선명한 향미가 오히려 필요 이상의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엘 파라이소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잘 들지는 않습니다. 아직 드셔보지 않은 분에게 한번 정도는 경험해보셔도 된다고 추천은 하겠지만, 소중한 사람을 위해 준비하고 싶은 유형의 커피는 아닙니다. 그럼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