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창업&컨설팅

책을 손에 든 커피 여행

Coffee Explorer 2016. 1. 12. 12:37


서울숲 Mesh Coffee에서


커피를 밥줄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약 1억 2천5백만명.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면 할수록 커피를 공부하면 할수록, 역사 속에 존재하는 그리고 여전히 현존하는 세계의 구조적 모순들을 발견하게 된다. 커피라는 원재료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노동 강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커피 산지의 대개는 수도, 전기, 의료 혜택이 취약한 곳이거니와 임노동자들은 영양이 변변치 않은 음식을 먹으며 살아간다. 자유의지로 커피를 재배한다기 보다는 구조적 타의가 대부분 커피 산지의 커피 재배를 시작하게 만들었으며, 여전히 다른 대안을 선택할만한 경제적 자유가 주어져 있지 않다.


다이렉트 트레이드와 생두의 품질 향상은 대부분 커피업계 종사자들에게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목표로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그럴까? 최초의 농부에게서 생두를 사들이는 중간 유통자들이 가져가는 마진은 생두 1kg당 24원에 불과하다. 오늘날 우리가 한 잔의 커피를 팔아서 남기는 이윤을 생각해볼 때 누가 그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윤의 대부분은 역사가 만들어둔 경제적 불평등과 무역 구조가 만들었고 쟁취하고 있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우수한 품질의 생두를 끊임없이 농부들에게 요구하는 편인데, 농부들은 이 프로세스가 너무나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어서 그냥 적당히 커피를 재배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특히나 기후 변화는 일정 부분 커피 재배지의 평균 재배고도를 올려놓으면서 과거보다 고품질의 커피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왔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의 변화 무쌍함은 커피 재배 및 가공의 실패들을 가져오기 쉽다. 그런데 품질이 좋아진 커피로 인해 만들어진 보상은 커피 벨류 체인 안에 있는 다양한 종사자들이 나눠갖는 한편(대부분의 판매수익은 선진국으로 간다), 기후 변화로 만들어진 생두 재배 및 가공의 리스크는 커피 생산자들이 온전히 떠안는 구조. 차라리 실패의 리스크가 적은 넌 스페셜티 커피 생산을 농부들이 선택하고 수확전 선지불에 의한 장기적 거래를 대기업과 하기 원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카페의 오너는 품질로 고객과의 신뢰를 지켜가야 하는 것이 사실이기에 생두 품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오늘날만큼 깔끔한 커피의 맛을 누린적이 근 10-20년을 제외하면 유래가 없다. 그래서 더 좋은 품질을 정의인 것으로 동일시 할 수만은 없다. 품질의 추구는 현재의 트렌드이고, 일부의 대안이지 전체의 대안은 아닌 것 같다. 대안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솔직히 그동안 맛봐왔던 공정무역 커피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맛이 없었다. 그런 커피를 고객에게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는데, 공정무역의 이슈 역시 단순한 품질 향상을 넘어 서구 사회가 거듭해온 경쟁적 사회구조를 이식하는 것에 대한 생산자 공동체의 역반응인 듯도 하고. 공정무역이 만들어가려고 하는 대안은 어떤 문제에 대한 것이던가? 일부의 과정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넘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속가능한 경제적 자유와 과거에 대한 구조적 속죄? 우리는 생산자들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C.O.E나 커핑에서의 90점 이상을 받는 최고의 생두들은 계속해서 최전선에 서서 상징적 발전을 거듭하며 최상위의 커피 문화를 개척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강하면서도 깔끔한 아로마와 플레이버를 가진 커피를 추구하는 우리의 취향에 맞는 매력적인 커피를 즐기면서도, 그 외의 보통의 커피들을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커피라며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는 자신에게 죄책감마저 들 때가 있다. 커피가 기호 식품인 탓에 취향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우리가 속한 한국 사회의 기준이 이제는 너무 하이소사이어티라는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이 지점에서 세상 끝자락에 있는 희귀한 커피를 즐기고 싶은 욕망과, 적당한 커피를 편안하게 즐겨도 괜찮다는 생각들이 만나고 충돌하며 어느 정도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 다시 한번 우리는 생산지와 생산자들을 기억해야 한다. 간혹 커피산지들을 누비는 커피 헌터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커피 농장 오너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자영농이 높은 비율인 산지가 아닌 곳이라면 커피 농장 오너와 임노동자의 삶과 관점은 너무나 다르다. 커피투어를 간 여행자들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일한다며 그들을 잠시 부러워한다지만 체리피커들이 하루 종일 일해서 번 돈은 고작 3달러, 선진국에서 한 잔의 커피를 사마시기에 넉넉하지 않은 돈이다. 그냥 써내려갔기에 정리가 덜된 이런 저런 생각의 파편들. 참 어려운 일들이다.


책상은 세상을 바라보기에는 위험한 장소다(존 르 카레). 책으로만 세상을 알 수 없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은 때로는 오히려 현실을 착각하고 왜곡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계속 '책을 든 여행'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