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와 로스팅

스트롱홀드 : HTST, LTLT 로스팅 알아보기

Coffee Explorer 2017. 3. 23. 11:10

HTST, LTLT 로스팅의 시작

로스팅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화두 중 하나는 HTST, LTLT 로스팅입니다. HTST는 high-temperature short-time의 약자이고, LTLT는 low-temperature long-time의 약자인데요. 고온 단시간과 저온 장시간을 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TMT 또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 텐데요. medium-temperature medium-time을 말하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긴 시간과 짧은 시간은 과연 얼마를 말하는 것이며, 어느 정도의 온도가 고온 혹은 저온일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텐데요. 그 질문에 앞서 이러한 용어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출처 : https://goo.gl/W5Gb7d
<유동층 로스터>

커피 로스팅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로스팅에서 온도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최대한 다른 변수를 제외하고 테스트를 해보기 원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업용 커피 로스터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실험이긴 합니다. 그래서 실험 장비를 통해서 유동층 로스터(Fluidizing Bed System Roaster)를 사용해서 로스팅 머신의 내부 에어를 특정한 온도로 고정한채 로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테스트를 등온 로스팅(Isothermal roasting)이라고 하는데요. 열풍 로스팅에 대해 지금까지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고 있는 논문 'Investigations on the hot air roasting of coffee beans'의 저자 Schenker Stefan은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각각의 로스팅을 진행합니다. 


- HTST : 260℃, 155-180s
- LTLT : 220℃, 540-720s

이 실험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다양한 연구가 뒤를 이었습니다. Schenker Stefan의 논문은 187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한 권의 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요. 두 가지 로스팅에서 얻은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HTST의 경우 LTLT에 비해 원두가 낮은 밀도, 더 큰 부피, 낮은 함수율을 나타냈습니다. 이것은 다른 연구를 통해서도 같은 결과로 이어졌는데요.[각주:1] 반대로 HTST로 볶은 원두가 더  높은 함수율을 보인 경우가 있었긴 합니다.[각주:2] 하지만 이 경우, 생두가 극단적으로 낮은 함수율을 가진 상태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습니다.[각주:3]

또한, 연구실에서 사용되는 유동층 로스터로 전통적 드럼 로스팅 머신의 프로파일을 유사하게 구현한 경우, 일부 수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인 향미 및 물리적 변화에 있어서 유사한 값을 나타내었다고 합니다.[각주:4]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통적 드럼 로스터가 HTST 로스팅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유동층 로스터는 좀 더 다양하고 극단적인 프로파일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HTST, LTLT 의 차이는 로스팅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결과인가?

"그건 열풍식 유동층 로스터를 사용해서, 극단적인 시간과 온도 차이를 두었을 때만 나타나는 차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죠. HTST, LTLT에서 나타난 로스팅 결과가 열풍식, 대류열을 100% 가까이 이용하는 머신이 아닌, 다른 로스팅 머신에서도 적용 가능한지에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실 학술적인 접근에서 HTST, LTLT 라는 용어는 현재까지 유동층 로스팅에서만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반열풍 로스터를 이용한 HTST, LTLT 로스팅에 대한 학술자료는 찾기가 힘들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HTST, LTLT는 로스팅의 경향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총 로스팅 시간의 상대적 길이-열량 공급에 따라 숏 타임 로스팅이 상대적으로 산미 및 바디가 증가하고 쓴맛은 감소한다는 것인데요. 이 경우에도 '용어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HTST, LTLT보다는 롱-숏타임 로스팅으로 부르는게 좋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HTST, LTLT 결과를 일반적인 롱타임과 숏타임 로스팅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도, 로스팅에서 시간이라는 요인이 맛에 대해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근래 출판된 커피 책 중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THE CRAFT AND SCIENCE OF COFFEE (BRITTA FOLMER)'에서는 로스팅 프로파일을 설명하면서 로스팅 시간을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로 소개하는데요. 빠른 로스팅은 높은 가스생성비, 큰 부피, 큰 공극율, 낮은 밀도, 더 높은 추출 수율 등의 특성 갖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반드시 2-3분 동안 이뤄지는 HTST 뿐 아니라, 일반적인 로스팅 속도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부분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습니다.

물론 '더 빠른 로스팅이 더 좋은 것이다.'라고 단순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곤란한데요. 더 빠른 로스팅의 경우 more acidity, stronger roasty의 경향이 있고, 더 느린 로스팅의 경우 balanced, fruity, nut-like, toasty 의 경향이 있기 때문이 생두의 특성과 추출 이후 최종적인 관능을 기준으로 적절한 프로파일을 찾아야 합니다. [각주:5]



HTST, LTLT 의 경향은 스트롱홀드 머신에서도 나타나는가?

더 빠른 로스팅이 만들어내는 효과가 HTST, LTLT의 차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다고 한다면, HTST, LTLT라고 하는 용어를 반드시 열풍식 유동층 로스터에만 사용하지는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상대적 관점에서 HTST, LTLT을 바라봐도 무관하다는 것이죠. 각 로스팅 머신별로 상대적 고온-단시간, 저온-장시간 로스팅을 해서 비교하며 자신만의 프로파일을 찾는 것은 의미있는 로스팅 작업일텐데요. 스트롱홀드 S7에서도 이런 작업은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벼운 실험을 통해서 적어서 원두의 물리적 변화에 대해서 확인이 가능한데요. 실험을 위해서 10분 동안 로스팅한 프로파일(MTMT)을 만들었구요. 이 프로파일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HTST, LTLT의 성향을 갖는 로스팅 프로파일을 만들어봤습니다. (물리적 변화를 보기 위한 프로파일)

기준 프로파일

기준 프로파일을 참고하며 HTST 로스팅

기준 프로파일을 참고하며 LTLT 로스팅

그 결과 만들어진 원두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로스트 손실율 (Roast Loss)
 - HTST: 12.4%
 - LTLT : 13.4%

원두의 부피
 - HTST : 250ml/100g
 - LTLT : 225ml/100g

실험실에서 엄격 하게 통제된 연구 로스팅을 하지 않은 이상, 알아채지 못한 변수들이 개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적인 면에서 거의 비슷한 컨디션으로 로스팅된 두 원두의 부피에서는 Schenker Stefan의 HTST, LTLT 로스팅의 결과와 같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결과를 통해서 스트롱홀드 S7을 사용해서 HTST 성향으로 로스팅된 원두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가스생성비, 큰 부피, 큰 공극율, 낮은 밀도, 더 높은 추출 수율 등의 특성을 가질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리적, 화학적 특징도 있지만 커피에서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능적인 특성과 호감도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번에는 HTST, LTLT 경향의 로스팅에서 만들어진 원두에서 어떤 관능적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 소개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1. Grosch, W. Chemistry III : Volatile Compounds. In Coffee, 2001 [본문으로]
  2. Geiger, R.; Perren, R.; Kuenzli, R.; Escher, F> Carbon dioxide evolution and moisture evaporation during roasting of coffee beans. J. Food Sci. 2005, 2005, 70(2), E124-130. [본문으로]
  3. Juerg Baggentoss, Coffee Roasting and Aroma Formation: Application od Different Time-Temperature Conditions, J. Agric. Food Chem. 2008, 56, 5839 [본문으로]
  4. Juerg Baggentoss, Coffee Roasting and Aroma Formation: Application od Different Time-Temperature Conditions, J. Agric. Food Chem. 2008, 56, 5845 [본문으로]
  5. Britta Folmer, The Craft and Science of Coffee. 2017, p26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