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도구

REVIEW : 디셈버(DECEMBER) 드리퍼_2. 기능

Coffee Explorer 2017. 3. 9. 01:04

디셈버(DECEMBER), 가변식 핸드드립 드리퍼가 출시된 소식을 지난번에 사진과 함께 전해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커피찾는남자의 사용하며 느낀 특성과 장단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디셈버 드리퍼 외관 둘러보기
http://coffeexplorer.com/535

디셈버는 하단의 추출구를 가변하여 추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드리퍼입니다.


우선 추출의 제어가 가능한 드리퍼는 디셈버가 세계 최초는 아닙니다. 추출 구멍을 열거나 닫아서 사전 적심 시에 아래로 커피가 떨어지지 않게, 사용 가능한 드리퍼는 클레버(Clever)가 있는데요. 유속을 따로 조절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죠.

윌파 스바트 드리퍼(Wilfa Svart)의 경우에도 유속을 조절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죠. 또한 보나비타(bonavita) 드리퍼 역시 유속의 조절이 가능합니다. 이 제품들은 유속 조절을 특정 부품의 위치를 이동시켜서 조절하다 보니, 정확한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게 한계였습니다. 제품별 편차도 있어서 두 개 이상의 세트를 균일하게 내리기 어렵더군요.

디셈버는 이런 기존 제품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원리를 사용해서 만들어졌습니다. 



디셈버 드리퍼 장점

1. 물구멍 조절을 통한 재현성 있는 유속 조절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유속 조절의 원리는 상판과 하판에 타공되어 있는 각각 12개의 구멍에 있는데요. 각도를 바꿀 때마다 상판과 하판에 있는 구멍이 조금씩 엇갈리며, 각 방향에 있는 구멍 중 개방할 개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기존의 드리퍼와 차별화가 되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부드럽게 잘 돌아가는 편인데 테프론 가스켓이 상판과 하판 사이에 들어가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다이얼 0 : 폐쇄 
- 다이얼 1 : 방향 당 1개씩 총 4개 개방
- 다이얼 2 : 방향 당 2개씩 총 8개 개방
- 다이얼 3 : 방향 당 3개씩 총 12개 개방

2. 이 기능을 이용하면 뜸 들이기(불림 혹은 사전적심) 시에 아래로 물이 흐르지 않는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이 때 흘러가는 물의 양 때문에 바리스타들은 뜸 들이기에 사용하는 물의 양에 대한 고민이 있는 편인데요. 디셈버와 같은 형태의 제품은 원두의 2-2.5배 수의 물을 부으면 되겠죠? 원두가 흡수할 수 있는 물의 양이 그러니깐요.

3. 유량 조절을 이용한 레시피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느리게, 뒤에는 빠르게- 이런 식의 레시피를 탐험하는 재미도 있겠네요. 단지 유속의 문제라기 보다는 드리퍼 위에서 실제 추출이 일어나는 온도와 시간이 함께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4. 원두 사용량이 달라져도 하나의 드리퍼로 어느 정도 비슷한 추출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20g으로 잡은 레시피를 더 많은 양의 원두를 쓴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드리퍼로 유속만 다르게 설정하면 어느 정도는 커버가 되겠죠.


단점

1. 사용 중에 유량 조절 시 드리퍼의 온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쉽게 손이 델 정도만큼은 아니지만,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카페 환경에서는 불편함이 있을 것 같습니다. 디셈버 드리퍼 관계자가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개발 히스토리에 따르면 "푸어-오버 방식을 기반으로 드리퍼 3대 이상을 동시에 추출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고 하는데요. 3대의 드리퍼를 동시에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상황의 카페가 한국에 많이 있지는 않은 것 같긴 합니다.

아무래도 제조 단가 때문에 첫 버전에서는 손잡이까지 달지 않은 것은 아닌가 추정합니다. 이 부분은 향후 액세서리로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관계자의 페이스북을 통해 얼핏 본 것 같습니다.

2. 레이저 각인된 부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추출 시작 전에는 드리퍼를 들어서 조절 후에 추출을 시작하면 되지만, 추출 중간에는 고개를 내려서 눈금을 보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3.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일반인들에게 44,000원은 문턱이 높은 드리퍼로 인식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재질과 특성을 고려하면 비싸지 않다고 에디터는 생각합니다. 4,000-5,000원짜리 플라스틱 드리퍼는 분명 이런 부분에서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프로 유저와 상업적 사용을 위해 고안되었다고 한다면 이 정도의 가격을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4. 전날 사용하고, 다음에 드리퍼를 쓰려고 해보니 구멍 조절이 뻑뻑했습니다. 상판과 하판 사이에 커피 추출물의 일부가 고였다가 그대로 굳어졌기 때문인데요. 사용 후에 충분히 잘 청소를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정리하며

에디터는 드리퍼별 관능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다른 드리퍼들로도 충분히 유사한 맛의 성향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다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얼마나 더 편하게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겠죠.

디셈버 드리퍼를 가장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은 해결하고 싶은 커피 추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개발이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충분히 많은 양의 물을 붓는 푸어-오버 방식으로 권장하되, 전반적으로 느린 유속을 통해 너무 빠르지 않게 추출해서 바리스타에 따른 맛의 편차를 극복하도록 고안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그냥 멜리타 드리퍼 쓰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지만, 디셈버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가변식 추출과 고급 사용자에 대한 다양한 길을 열어두었습니다.

물론 세상에 장점만 있는 제품은 없겠죠. 디셈버 드리퍼 역시 막강한 장점과 함께 단점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해보면서 느낀 것은 분명 단점들을 넘어서는 재미가 있는 드리퍼라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쉽고,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운게 커피죠. 디셈버 드리퍼도 꼭 그렇습니다. 어렵게 사용하고자 한다면 한없이 어렵지만 알아가는 재미는 있고, 쉽게 사용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쉽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왜 제품 이름이 디셈버(DECEMBER)일까요? 아시는 분은 정답을 외쳐주세요!

- 글/사진 : 커피찾는남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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