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를 말하다

맛있는 카페라떼는 과연 무엇일까?

Coffee Explorer 2017. 1. 9. 13:25

카페라떼가 맛있는 카페를 소개해달라는 것은 제가 가장 자주 받는 추천 요청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기호 식품이라고 분류되는 커피에 있어서 저의 주관적 기준과 취향을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맛있는 카페라떼는 무엇일까?'라는 것은 특히 카페 오너에게 머리가 아픈 고민일 텐데요 오늘은 카페라떼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홍대 GPO 쇼룸에서




1. 커피찾는남자 에디터에게 맛있는 커피란?

1) 해당 커피(Green Bean)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향기가 강할 것

2) 커피의 단맛이 충분할 것

3) 과하지 않은 신맛이 단맛을 강화할 것

4) 이 요소들이 어우러져서 치우치지 않을 것 (밸런스가 좋은 것)


제가 좋아하는 커피의 기준은 비교적 단순한데요. 물론 이런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생두와 로스팅, 적절한 물을 사용해서 추출이 잘 돼야겠죠. 물론 추출에 관련해서 더 깊이 들어가면, 농도와 수율 등등 할 이야기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시음자의 입장에서 제가 맛있다가 생각하는 커피의 기준은 위에서 나열한 몇 가지로 충분히 표현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으로 마시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커피의 기준인데요. 카페라떼는 어떤 부분들을 만족하게 해야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2. 맛있는 카페라떼의 구성 요소

대전 LAD COFFEE / 유휘진 바리스타


커피는 밸런스가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 밸런스가 좋은 카페라떼는 어떤 것인가요? 물론 맛이라는 것을 글로 표현해서 전달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에서 같은 잔의 커피를 나눠마셔 봐야 공감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저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만큼이라도 그 특징을 글과 사진, 영상을 통해 전달하기를 시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밸런스가 좋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저의 의견을 몇 가지 나열합니다.


1) 적절한 비율

우유와 에스프레소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어야 합니다. 그 비율을 수치로 제안하면 더 좋겠지만, 워낙 다양한 조합이 있다 보니 현재로는 그러지 않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2) 맛있게 데워진 우유

품질 좋은 우유는 기본이겠죠. 거기에 데우면서 적정한 공기가 주입되고, 그것이 완벽하게 우유와 혼합되어서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적정한 온도로 데워져야 하는데요. 우유를 데우는 데 있어서 필요하거나 피해야 할 물리/화학적 변화도 있기는 합니다만, 더 구체적인 우유 스팀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뤄야 할 것 같습니다.


3) 에스프레소와 농도

에스프레소 부분을 이야기하기 참 어려운데요. 일반적인 에스프레소를 잘 추출하던지, 리스트레또 혹은 룽고로 추출한 커피를 취향과 선택에 따라 잘 준비해야 합니다. 어떤 에스프레소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음료의 농도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적절한 우유 대 에스프레소의 비율이 달라져야 할 겁니다.


4) 사용한 원두

사용한 원두에 따라 에스프레소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최종적인 카페라떼의 맛에도 영향을 줄 텐데요. 크게 카페라떼를 위한 세 가지 스타일의 원두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 강배전으로 분류되는 원두 : 리스트레또에 가깝게 추출 : 캐라멜과 비슷한 느낌의 카페라떼

- 중배전으로 분류되는 원두 : 일반적 에스프레소로 추출 : 견과류의 느낌을 잘 살린 카페라떼

- 중/약배전으로 분류되는 원두 : 에스프레소 혹은 룽고에 가깝게 : 원두가 가진 향을 최대한 살린 상태에서 카페라떼


*강/중/약 배전의 분류 자체는 모호하지만, 상대적으로는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합니다.

*리스트레또 : 같은 양의 원두를 사용해서 보편적 에스프레소에 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추출하는 것 (룽고는 이와 대조되는 개념)


과거에는 자가 로스팅을 하지 않는 이상 강배전의 원두만 구입이 쉬웠기 때문에 강배전 원두를 이용한 라떼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중배전을 이용한 카페라떼도 찾기 어렵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중배전 혹은 약배전의 원두를 사용해서 해당 원두 고유의 향을 충분히 살린 카페라떼를 맛보기는 쉽지 않은데요. 기본적으로 여기에는 판매가와 원가의 문제가 있습니다만, 중/배전의 원두로 만든 카페라떼가 모두에게 더 좋은/더 맛있는 카페라떼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커피찾는남자 에디터의 경우에는 강배전 원두를 리스트레또로 추출한, 캐러멜/견과류의 느낌이 적절히 살아있는 카페라떼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특별한 향이 있는 원두라면 브루잉으로 내려 마시는 편이죠.


5)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조화

똑같은 재료(스팀 된 우유와 에스프레소)를 가지고도 숙련된 바리스타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카페라떼의 맛에 상당한 격차가 있습니다. 컵 안에 붓는 동작만으로 다른 맛이 만들어진다는 것인데요. 얼마나 균일하게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섞을지, 의도적으로 그렇지 않게 할지, 음료의 표면에는 어느 정도의 크레마를 남길지에 따라, 음료를 시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느끼는 맛은 상당히 달라집니다.




잘 만든 카페라떼의 시각적 느낌을 알 수 있는 영상인데요. 식을 때 까지 표면의 윤기와 모양이 살아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 주관적인 경험

여러분이 기억하는 맛있었던 카페라떼를 한번 떠올려보시겠어요? 제가 나열한 위의 요소들을 두루 만족시키는 카페라떼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기준으로 완전히 설명하기 힘든 순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제가 나열하지 않은 특별한 요소들이 존재하고, 그 영향이 크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또 기술적인 균형이 어긋나있다고 하더라도, 함께 하고 있었던 사람과의 관계, 특정한 상황이나 공간을 통해서, 우리가 그 순간을 아름답게 기억한다면 그 커피는 분명 맛있는 커피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커피는 농도와 수율같은 개념이나 숫자를 넘어서는 특별한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니깐 말이죠.




글을 정리하며

커피 몽타주에서

가끔 가장 맛있었던 커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이런 답변을 하게 됩니다.


"과거에 먹었던 커피"


과거에 마셨던 커피는 계속 추억으로 채색되면서 최고의 커피로 기억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 그 커피보다 맛있는 커피는 다시 찾기 어렵습니다. 이제 그 커피는 당신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되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한 명의 소비자로서 맛있는 커피에 대한 답변은 아주 단순합니다. '다시 돈 주고 사 먹고 싶은 커피'죠.


커피의 맛을 글로 논하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쓰는 글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커피를 잘 만들 것 같은데, 실제로 만나보면 실력이 한참 부족한 바리스타/카페도 많죠. 2016년에 커피찾는남자 에디터는 글로 써온 (브루잉)커피를 실제로 드셔보실 수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 온 것은 이런 비판 앞에 당당히 마주 서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2017년에는 커피찾는남자 오피스가 생겼으니, 모임 공지를 보고 찾아오시면 여전히 커피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2017년에는 가능하면 커피찾는남자가 찾은 에스프레소 기반의 메뉴도 드셔보실 기회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글로만 소개했던 커피를 직접 추출해서 준비해드릴수 있다면 저에게도 기쁜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은 어디에서 맛본 카페라떼가 기억에 남으시나요?


관련글 보기

아메리카노를 말하다

- 사진/글 : 커피찾는남자(Coffee Explorer) 에디터


떠나기 전에 아래 버튼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