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커피 맛의 균형

Coffee Explorer 2015. 9. 2. 09:55

커피의 맛은 동시대의 커피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커피 맛에 대한 기대와 커피업계 사람들이 포괄적으로 지향하는 맛의 방향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만들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과거의 커피가 가졌던 기술적 한계에 대한 극복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겠죠.


스타벅스와 같은 회사들이 요즘 말하는 스페셜티 커피로 과격한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것은, 맛좋은 한 잔의 커피를 시스템으로 만들 기술이 없다기 보다는 시장과의 관계 속에서 대중이 소비하는 커피의 맛이 정의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예로 현재의 중국 대중 커피시장에서는 적당히 묵직한 커피가 제법 쓴 맛을 내주어야만 '이런게 커피지-'라고 인식되는데요. 원산지 별 커피의 아로마 특성을 살리기 위해, 로스팅 포인트를 조절한다는 설명조차도 시장에서는 그대로 배격을 당하기도 합니다.


사실 많은 한국과 세계의 커피 기업들은 이미 본격적인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물적, 인적, 기술적 준비를 해두고 있습니다. 물론 '본사의 기술력이 일선 매장의 바리스타까지 얼마나 그대로 이어질까?'라는 질문이 남아있긴 합니다. 그들이 기존의 브랜드로 판매하는 커피를 놓고, '커피에 대한 기술이 없다'라고 딱 잘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해도 그것보단 잘 하겠다"라고 쉽게 자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부분은 기존의 조직들이 해오던 것의 반절에도 미치지 못할겁니다. '커피를 잘 한다'라는 (모호한) 표현에 매우 적합한 수많은 카페/회사들이 지속가능성을 얻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 맛없는 커피 회사들이야말로 오히려 '과거에' 카페로 정의되는 공간을 소비하는 대중이 요구하는 필수 요소들을 균형잡히게 알고 있는 곳일지 모르겠습니다.


대중이 누리는 커피 문화가 성숙해지면 커피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들이 빛을 발하는 날이 있을 겁니다. 그 때를 위해 지금은 열심히 칼날을 갈고 있는 회사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저는 약 7일간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방문합니다. 한참 성장하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의 커피 시장에서 커피회사들을 어떤 균형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